<20> 식이섬유 더 먹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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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건강을 위해 식이(食餌)섬유를 하루에 20~25g은 먹자'.

한국영양학회의 권장량이다. 한국 사람이 평소 먹는 양보다 3분의 1은 더 먹자는 제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27~48g,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35g으로 우리보다 더 많이 권장한다.

식이섬유는 영양소가 아니면서 비만·당뇨병·심장병·대장암 등 각종 성인병의 발생위험을 크게 줄여준다.식이섬유는 곡류·콩·채소·과일·견과류·씨앗류·옥수수·귀리 등 식물성 식품에만 들어있다. 그러나 도정 과정에서 대부분 잃게 되므로 백미보다는 현미, 흰 밀가루보다는 통밀가루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류(糖類)의 일종인 식이섬유는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바로 배설되는 것이 특징. 특히 독성물질·콜레스테롤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동반해 몸밖으로 나가는 '귀여운'존재다.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미국암협회가 '식이섬유가 대장암을 줄여준다'고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단국대 식품영양과 문현경 교수는 "채식을 즐기는 한국인은 서구인보다 장(腸)이 길다"며 "식이섬유를 먹어 음식에 든 독성물질의 대장 통과시간을 단축시켜야한다"고 밝혔다.

9만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연구에서 식이섬유를 하루 25g 이상 먹은 집단은 9g 이하 섭취한 집단에 비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4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임상영양학회지 1999년9월). 이는 남성의 경우도 차이가 없었다. 음식 내 콜레스레롤이 식이섬유와 함께 몸밖으로 빠져나간 결과로 추정된다.

당뇨병의 예방·치료효과도 인정되고 있다. 혈당치의 변동이 줄어들고 인슐린 투여량이 감소한다는 것.

식이섬유는 비만 해결에도 효과적이다. 자체 열량이 거의 없다. 또 지방과 동반 배설돼 식이섬유를 많이 먹은 사람의 대변에서 지방이 더 많이 발견됐다(영양학회지 97년4월). 식이섬유 섭취량을 지금의 두배로 늘리면 하루 섭취 열량이 1백㎉ 가량 감소해 체중을 한해에 4.5㎏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나왔다. 대변의 양을 늘리고 장의 운동을 촉진하는 식이섬유는 변비의 예방·치료제로도 유용하다.

그러나 식이섬유 섭취량을 갑자기 늘리는 것은 곤란하다. 소화 불량, 가스 발생, 헛배, 변비, 설사·복통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보충제 형태로 식이섬유를 다량 섭취하면 칼슘·철 등 미네럴의 체내 흡수가 방해 받는다.

또 식이섬유를 먹으면서 물을 적게 먹으면 대변이 딱딱해질 수 있으므로 하루에 8컵 이상의 물(카페인·탄산음료는 제외)을 마셔야 한다.

국내에는 아직 공식적인 식이섬유 섭취량 통계가 없다. 최근 서울대 백희영교수팀이 학생들은 하루 14~18g을 먹는다고 발표했다.

빅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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