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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에 공동체 의식 심어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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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2월 11일 사회면에 '작년 수능부정 대학생 2명 영장''수능부정 머리숙여 사죄'등 수능 부정과 관련한 기사가 잇따라 실렸다. 수능 부정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휴대전화.무선호출기 등 첨단 기기를 이용한 것에서부터 대리시험까지 부정의 수법도 대담하고 과감해졌다. 이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왕따 폭행.강도.집단 성폭행 등 비도덕적인 사건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문제 학생을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잘못된 가치관에서만 이번 사건의 원인을 찾는 것은 잘못이다. 본질적인 원인은 학벌지상주의와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기성 세대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도덕관과 예절을 중요시해 유치원과 초등학교시절부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지혜와 질서를 지키는 공동체 의식 함양을 강조해 교육한다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부모는 일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영어나 특수 분야에 집중하는 암기식 교육으로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출세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행태가 만연하고 시험 한 번만 잘 치르면 장래가 보장된다는 한탕주의가 퍼져 수능부정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부모들의 과욕과 학생들의 도덕 불감증, 교육 당국과 당사자들의 안이한 대처가 부른 복합적인 사건이란 얘기다.

이번 사건은 문제 학생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교사와 학부모, 교육 당국과 시민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탕주의와 도덕 불감증이 빚은 수능부정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수능부정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교육 당국과 학부모.언론은 미래의 꿈나무인 이들 청소년을 전과자로만 낙인찍을 게 아니라 이들에게 이웃을 사랑하고 더불어 사는 도덕관을 심어주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도록 선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솔함과 도덕성이 존경받는 사회, 결과보다는 과정이 강조되는 풍토를 만드는 데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윤재호.단국대학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