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의 '한국 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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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가 2박3일간의 한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23일 도쿄(東京)로 돌아갔다. 한국 정부와의 공식일정은 22일 끝났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방한 마지막 날인 23일 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오전 10시 전용기 편으로 부산으로 내려가 한국통신의 '부산-후쿠오카(福岡)간 해저 광케이블 개통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케이블로 도쿄(東京)에 있는 가와부치 사부로(川淵三郞) J-리그 회장과 화상 대화를 나누면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요코하마(橫濱) 경기장에서 열리는 월드컵 폐막식에 참석키로 한 만큼 거기서 한국과 일본이 결승전을 벌였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했다.

이어 경주로 옮겨 천마총과 불국사를 찾은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의 불교 문화와 유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불국사에서 마주친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따뜻했다.

월드컵 공동 개최를 두달여 앞둔 시점에 한국을 찾은 고이즈미 총리가 염두에 둔 방한 목적 중 하나는 '한국 알기'였다고 한다.일본 총리실과 외무성은 당초 방한 일정을 이틀로 잡았으나 고이즈미 총리가 지시해 사흘로 늘렸다고 한다.

방한 일정을 마친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는 한마디로 "따뜻함을 느꼈다"고 말했다."지난번 방한 때와 달리 여유 있게 시내를 돌아다니며 시민들과 만날 수 있어 정말 좋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난해 4월 총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한국에 대해 거의 몰랐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에 나름대로 한국을 알기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주는 데 성공했다. 방한에 반대하는 일부 목소리가 없진 않았지만 매우 냉랭했던 그때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기대 이상의 성과"라며 흡족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우호와 협력은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한국 알기'에 치중한 고이즈미 총리의 이번 방한이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에 긍정적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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