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에 몰려…" 은행털이 영화 모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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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군경 합동수사본부가 한달 만에 군부대 총기 탈취 및 은행강도 사건의 범인들을 검거한 것은 과학적 수사의 개가였다.

한빛은행 강도사건 발생 직후 범인들이 현장에 남긴 발자국 등을 통해 수방사 총기 탈취 용의자들과 동일인물이라고 판단한 군경은 은행 내 CCTV 분석 등을 통해 범인 중 일부가 군 특수부대 경력자인 것으로 파악했다.

범인 중 한명이 은행 직원에게 "관직이 뭐야"고 묻는 등 군대 용어를 썼고, 해병대에서 사용하는 복장과 스웨이드(일명 세무)군화 등을 이용한 데다 행동도 민첩했다는 증언 때문이다.

또 군경은 현장에서 발견된 실탄에 적힌 PSD96이라는 일련번호를 역추적, 이 실탄이 전방 군부대·해병대 중 한곳에서 유출됐음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군경은 해병대 전역자→전과자→당일 행적이 불분명한 자 등의 순으로 범위를 좁혀 일차적으로 용의자를 수십명으로 압축했다.

범인들의 신상확인에는 휴대폰 발신지 추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군경은 이들이 범행 행적을 드러낸 남현동(총기 탈취)·상봉동(은행 강도)·일산(차량 절도) 등 다섯곳의 이동전화 기지국에서 휴대폰 사용내역이 두곳 이상 중복 발견된 전화번호를 추려 주범 유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해병대 출신으로 특수절도 전과 2범인 유씨가 총기탈취 당일 현장 주변에서 휴대폰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군경은 유씨의 휴대폰 통화내역에서 나머지 3명의 신원도 확인하고 23일 검거작전에 돌입했다.

탐문수사를 통해 범인들이 일산·안동 등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군경은 이날 오후 5시쯤 경찰헬기 석대, 군 헬기 한대와 1백여명의 군경 수사관을 동원하는 대규모 입체작전을 폈다.

자동차 할부금과 카드빚 청산을 위해 영화 속의 범행수법을 대담하게 모방했던 이들은 결국 7시간 만에 모두 붙잡혀 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 중랑경찰서로 압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총기와 실탄을 보유하고 있어 염려했으나 예상보다 쉽게 체포작전이 끝났다"고 말했다.

박현영·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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