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남자 네 쌍둥이는 ‘6·25 전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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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네 쌍둥이가 한국 복무를 마치고 미국 샌프란스시코항을 통해 귀국하는 모습. 왼쪽부터 앤서니·버나드·칼·도널드.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에서 태어난 첫 남자 네쌍둥이가 6·25전쟁에 함께 참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국립문서보관소(NARA)에 보관 중인 자료 등에 따르면 앤서니·칼·도널드·버나드 페리코니 네 쌍둥이는 1952년 7개월간 참전해 같은 탱크부대에서 복무했다. 최초의 징병 통보는 맏형인 칼이 받았다. 당시 미 국방부에는 전쟁중 동반 전사를 우려해 “형제를 같은 부대에 배치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42년 11월 미 순양함 주노함이 독일 잠수함에 격침되면서 승선하고 있던 설리번 형제 5명이 모두 전사한 전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첫 남성 네 쌍둥이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같은 부대에 근무하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결국 당시 텍사스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이던 린든 존슨(나중에 미 36대 대통령이 되어 1963~69년 재임)의 주선으로 국방부로부터 특별허가를 받아내 같은 부대 소속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할 수 있었다.

이들은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샌프란시스코 항구를 통해 배편으로 귀국했다. 당시 미국 방송은 이들의 이름 이니셜을 따서 “‘ABCD 부대’가 무사히 귀국했다”고 보도했다.

네 쌍둥이 중 막내인 버나드는 1990년 7월 심장마비로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지만, 나머지 쌍둥이 형제들은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6·25전쟁에 참전해야 할 의무가 없었던 네쌍둥이가 굳이 목숨을 걸고 전선에 뛰어든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국방부는 이들의 활약에 감사의 뜻을 표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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