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자유무역협정 협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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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1일 오후 3시25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황사가 자욱한 가운데 자위대 소속 전용기에서 내린 고이즈미 총리는 최성홍(崔成泓)외교통상부 장관, 조세형(趙世衡)주일대사,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주한 일본대사의 영접을 받았다. 정부는 공식 환영식은 아니지만 예포를 19발 발사하는 등 특별한 배려를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도착 직후 곧바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헌화했다. 그리고 숙소인 시내 S호텔에 여장을 풀자마자 강남의 코엑스(COEX)를 방문했다.

음악 애호가인 고이즈미 총리는 예술의 전당에 있는 국립국악원을 찾아 한국에 유학 중인 일본 학생의 궁중음악 연주를 감상했다. 우리 국악인의 지도를 받아 직접 가야금을 타보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이날 저녁 고이즈미 총리는 서울 강남의 한 고급 한식집에서 주한 일본인 대표들과 숯불갈비로 만찬을 함께했다.

2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정상회담을 하고 한·일 양국간 월드컵 성공을 위한 협력방안과 지난해 정상회담 때 합의한 7개 사항 이행점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추진문제 등을 논의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방한 마지막날인 23일엔 경주의 불국사와 천마총을 관람한다.

◇기내 회견=고이즈미 총리는 하네다(羽田)공항을 출발하기 10분 전인 낮 12시50분 기내에서 10분간 기자회견을 했다.

그의 표정은 밝았다. 역사 왜곡 교과서·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으로 극도로 얼어붙었던 한·일관계가 지난해 10월 그의 방한 이후 거의 풀려 '부담없이' 한·일 우호관계를 확인하러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회견에는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아베 신조(安倍晋三)관방 부장관이 배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은 일본 국민의 생명·안전을 침해하는 것으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룰 생각이며 한국과 협력해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만큼 상황을 봐 가면서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전영기 기자, 일본 총리 전용기=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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