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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물의 날> 한국도 10년안에 물 18억t 부족 : '물의 날' 전문가 좌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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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노성태 소장=봄가뭄이 지난해보다 심각한 것 같다.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

▶김창세 국장=현재 다목적댐의 평균 저수량은 35%로 지난해보다 4%포인트 작다. 경기도 안성·파주 등 광역상수도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 18개 시·군에 제한 급수가 실시되고 있다. 충북 제천 등에는 물 보급차가 동원될 정도다. 지난해 9월부터 댐 방류량을 조절해 필요한 양의 68% 정도만 흘려 보냈다. 이를 통해 12억t을 비축한 셈이다. 발전용댐도 용수공급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노소장=봄가뭄뿐 아니라 정부는 장기적으로 수자원이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단 하나의 댐도 새로 착공되지 않았다. 한편으로 환경·시민단체에선 정부가 댐 건설의 필요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국장=2011년에는 40억t의 물이 부족하다. 그 중 22억t은 누수방지 시설과 절수기기 보급 등 절약을 통해 줄여나가고 나머지 18억t 중 6억t은 댐의 연계 등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그래도 부족한 나머지 12억t은 댐 건설로 풀어야 한다. 올해 안에 경기도 연천 한탄강댐, 경북 군위 화북댐, 경북 경주 감포댐, 전남 장흥 평림댐 등 4개 댐의 건설을 시작하겠다.

▶김영주 사무처장=22억t의 물을 과연 절약할 수 있는가. 정부는 일반 가정에서 얼마나, 어떻게 아껴써야 하는지 구체적인 수치와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경우 전기 계량기는 따로 설치하는데 비해 수도 계량기는 하나만 설치한 채 가족수에 따라 물값을 나눠 받는다. 그 결과 물 절약에 관심이 없다. 수도 계량기도 세대별로 따로 설치해야 한다.

▶홍욱희 소장=봄가뭄과 댐 건설은 무관하다. 지난해 봄가뭄을 심하게 겪은 지역은 댐 건설과 관계없는 곳이다. 장기적으로 18억t이 부족하다지만 수요 조절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제시가 없다. 물이 부족하리란 전망이 댐 건설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안상진 교수=수요 조절만으로는 물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 댐 건설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사업이므로 국가가 미리 계획해야 할 의무 중 하나다.

▶정태학 교수=가뭄이나 홍수의 피해가 갈수록 심해진다. 엘니뇨·라니냐 등 기상이변에 따른 것으로 진폭이 크다. 따라서 이에 대비한 공급뿐 아니라 수요조절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나 언론이 지속적으로 물 절약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수도물값을 현실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수돗물을 만드는데 드는 만큼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김처장=수돗물값이 갑자기 오르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진다. 물 사용 습관을 단번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생활화할 수 있는 물 절약 운동을 벌여 사용량을 줄이면서 수돗물값도 단계적으로 올리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홍소장=수요관리 대책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 중수도 보급은 경제성이 적어 거의 실현되지 않고 있다. 노후 수도관 교체를 내세우지만 수도관이 아직 낡지 않은 신도시에서도 누수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교수=물은 부족할 경우 수입할 수도 없기 때문에 경제논리로만 접근해선 안되는 자원이다. 빗물 이용이나 중수도 보급 등은 비록 경제성이 떨어져도 국가적 차원에서 해야 한다.

▶노소장=환경단체 및 수몰지역 주민의 반대 때문에 어려워진 댐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있는가.

▶김국장=친환경적인 댐 건설로 환경파괴를 최소화함은 물론 수몰로 피해를 보는 주민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이 법에 따라 댐 한곳에 최소 3백억원이 지원된다. 이 지원금은 수몰로 생활 터전을 잃은 주민들의 소득창출 사업에 주로 쓰인다. 댐 건설이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댐 완공 후에도 매해 10억원 정도가 지원된다. 이와 함께 기존 댐에도 같은 수준의 지원이 이뤄진다. 지원금을 각 도에 배정하면 해당 지자체가 올 하반기부터 지원을 시작할 것이다.

▶안교수=댐 건설로 혜택을 받는 하류지역 사람이 수몰로 피해를 보는 주민에게 보상하는 차등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는 댐 건설로 망하지 않고 오히려 잘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일본의 히요시 댐이 그 좋은 사례다.

▶홍소장=그러나 댐 건설이나 보상금 등과 관련해 최근에 출판된 앨릭스 커의 『치명적 일본』을 보면 댐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건설에 대한 지나친 투자가 일본 경제의 파탄을 가져온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국장=물 절약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체 수원(水源)개발도 얻는 물의 양에 비해 들어가는 돈이 너무 많다. 결국 여러가지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댐 건설은 모자라는 물의 30%에 해당하는 만큼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경제성장에 따른 물 수요 증가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정교수=이제 물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산업이 바뀌어야 한다. 물을 많이 쓰는 산업을 점점 줄여야 한다.

▶홍소장=농업용수가 우리나라 물 수요의 절반이다. 농민들은 쓰는 물에 대한 비용을 내지 않기 때문에 농업용수를 절약해야 한다는 의식이 약하다. 농업용수를 잘 관리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많은 물 절약이 가능할 것이다.

▶노소장=댐의 수질과 관련해 오염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댐을 친수(親水)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는데,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것은 아닌가.

▶김국장=댐의 오염을 막기 위한 두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나는 댐을 건설하는 수자원공사가 직접 댐 상류의 오염원에 대한 하수처리 작업을 맡는 것이다. 하수 및 폐수 처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선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댐 상류의 오염된 물이 댐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댐 하류 쪽으로 끌어와 모은 다음 처리하는 것이다.

▶정교수=댐 수질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수자원공사가 하수 처리를 맡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댐에 대한 주기적인 준설작업도 함께 해야 한다.

▶홍소장=지하수 개발 등 대체 수원 개발에 좀더 노력해야 한다. 또 댐 건설을 위한 사전조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선진국은 댐 건설비용의 1~5%를 사전조사 연구비에 쓴다. 우리는 겨우 0.1~0.2%를 쓰고 있다. 아울러 댐 건설과 관련한 정보를 낱낱이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김국장=그동안에도 공청회 등을 통해 정보를 공개했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문제였다. 앞으론 좀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도록 노력하겠다. 지하수 이용은 현재 전체 물 사용량의 9~10%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하수는 오염되기 쉽고 일단 오염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지하수를 활용하려면 엄격한 관리가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통제하기가 무척 어렵다. 각 지자체가 관정에 대한 정비를 봄가뭄 대비뿐 아니라 지하수 관리 차원에서도 철저히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수자원 개발 연구에 올해부터 매해 1백억원씩 10년 동안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

▶정교수=우리 세대는 지표수를 사용하고, 지하수는 다음 세대를 위해 남겨줘야 한다. 그리고 현재 광역상수도나 지방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 대한 상수도 보급이 시급하다. 이곳은 먹는 물의 사각지대다.

▶홍소장=광역상수도의 전제는 댐 건설이다. 그러나 댐 건설은 효율적으로 조정돼야 한다. 환경부의 식수댐, 농림부의 농업용댐, 건교부의 다목적댐 등 결국 각 부처가 제각각 댐 건설에 나선 셈이다.

▶김국장=광역상수도는 기본적으로 자체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봄가뭄이 심해도 다목적댐을 통해 광역상수도가 보급된 곳은 물부족을 별로 경험하지 않고 있다.

정리=신혜경 전문기자

해마다 봄만 되면 가뭄으로 물 걱정을 하다가도 여름에 비가 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어버린다. 앞으로 4년 뒤인 2006년부터 물 공급이 부족하리란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국민의 정부 들어 단 한곳의 댐 건설도 시작하지 못했다. 올해 안에 한탄강댐 등 4개 댐을 새로 착공할 방침이지만 계획대로 될지는 두고 보아야 한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는 22일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최근 심각한 봄가뭄과 함께 장기적으로 예상되는 물 부족 문제를 진단했다.

<참석자>

▶한국수자원학회장 안상진 충북대 교수

▶대한상하수도학회장 정태학 서울대 교수

▶건설교통부 김창세 수자원국장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소장

▶대한주부클럽연합회 김영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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