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에 다시 쓴 장년기 '보석' : 『늘푸른 소나무』 개정판 펴낸 김원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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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15일 환갑을 맞은 소설가 김원일씨가 『늘푸른 소나무』(이룸·전 3권)개정판을 냈다. 1978년 발표했던 단편소설 '절명'을 모태로 해 9권짜리 장편 소설로 나왔다가 9년만에 개작 출간되는 것이다. 김씨는 "이 소설은 내가 장년기 한 시절을 바친 작품이며 애증이 교차하는 소설이라 지난 1년간 개작에 매달렸다"며 "큰 줄기와 주요 장면은 초간본 그대로 살렸으나 결과적으로 4할 정도의 분량을 추려냈다"고 말했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늘푸른 소나무』는 주인공 주율이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통해 고뇌와 고통을 딛고 인간성을 완성해 간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시대 분위기를 재현해 내기 위해 예수교를 '야소교', 독일을 '덕국', 러시아를 '아라사', 톨스토이를 '두옹'이라고 표현하는 등 당시에 사용되던 언어를 그대로 차용한 특징이 있다. 주인공 주율의 죽음을 명확하게 처리한 초간본 마지막 장면은 이번 개정판에서 살아날 수도 있을 가능성을 내비치는 쪽으로 바뀌었다.

문학평론가 방민호씨는 "격변기를 배경으로 해 대하소설에 육박하는 장편소설을 쓰면서 영웅이 아닌 고뇌하는 개인을 창조해낸 작품은 흔치 않았다"며 "이 소설은 한 인간이 자기가 속한 시대와 사회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수준 높은 교양소설"이라고 평했다.

『늘푸른 소나무』 개정판 출간과 함께 문학과지성사에서 곧 『김원일 깊이읽기』가 출간될 예정이어서 올해는 김씨에게 여러모로 뜻깊은 해다. 더구나 김씨의 대표작인 『마당 깊은 집』을 좋아하는 작가·평론가들이 『마당발,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을 찾아가는 발걸음』이란 책을 준비하고 있어 회갑을 맞은 김씨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념이 될 듯 하다. 소설가 박덕규, TV 드라마 '마당 깊은 집'의 방송작가 박진숙, 문학평론가 한원균·김수이씨 등이 참여해 만드는 이 책은 소설의 무대인 대구시 중구 장관동 약전골목 이야기를 비롯해 소설에 대한 글과 어휘사전 등을 싣게 된다.

『마당 깊은 집』은 대구를 배경으로 한국전쟁 이후 50년대의 힘들고 고단했던 삶을 그리고 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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