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서 의대교수로 변신 : 연세대 이경환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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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변호사는 문제점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교수는 장기간에 걸쳐 이론과 체계를 쌓아갑니다. 여기에 교수직의 매력이 있다고 봅니다."

올 봄학기부터 연세대 의대에서 의료법을 강의하고 있는 이경환(李慶桓·45)교수. 변호사에서 의대 교수로 변신한 그는 앞으로 달라질 자신의 역할과 업무를 이렇게 소개했다.

李교수는 1988년 서울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으며 93년부터는 고향인 충남 천안에서 법률 서비스를 했다. 천안에서 소송 수임 건수가 상위에 드는 유능한 변호사였던 그가 진로를 바꾼 것은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때문이었다.

"제가 전공한 의료법은 아직 개척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앞으로 2년간은 이 학문의 체계를 잡아가는데 매진해야죠."

그는 90년부터 연세대 보건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직접적인 계기는 80년대 말 라면의 우지파동 사건이었다.

"법정 공방을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만, 특정 분야에서 변호사들이 과연 얼마나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는 석사학위를 딴 뒤 94년 박사과정에 도전했다. 매일 법정에 나가야 할 만큼 사건수임 건수가 많은 가운데 10년 동안 천안과 서울을 오간 끝에 99년 말 연세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연세대의 의료법 전문가 공모에 합격했다. 전문지식을 인정받아 이번 학기부터 의대 대학원·학부 및 보건대학원에서 강의하게 됐다.

교수 임용을 앞두고 그에게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변호사 업무를 겸직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급여가 의외로 적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하고 여름·겨울방학이 없다는 조건은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 교수와 달리 의대교수는 엄격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임용 절차에서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어렵게 직업을 바꿨지만 각오는 대단하다.

"복제 인간·안락사 등과 관련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생명의학의 정체성을 정립해 놓으면 후발 주자들이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연구할 생각입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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