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중국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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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회사인 미국의 이베이(www.ebay.com)가 중국에 진출한다. 상하이(上海)소재 이치네트(EachNet)의 지분 33%를 3천만달러에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베이는 중국에서 영업을 개시하는 시점에 나머지 지분도 몽땅 사들이기로 계약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18일 보도했다.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인터넷업체 가운데 하나인 이베이가 중국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현지의 온라인시장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중국의 네티즌은 약 3천4백만명,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올해 1백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베이는 특히 향후 몇년간 중국의 중산층이 크게 두터워질 것으로 보고,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베이가 중국 진출의 발판으로 삼은 이치네트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석사출신인 두명의 20대가 1999년 설립한 동종의 회사로 아직까지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회원수는 3백50만명, 사이트에 등록돼 있는 상품수는 5만개 정도로 이베이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규모다.

이베이가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두가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전자상거래에 필수인 결제시스템이 아직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신용카드나 직불카드가 널리 보급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국토가 넓은 데 비해 상품배송시스템이 낙후돼 있는 것도 걸림돌도 지적된다.

한편 이베이는 지난해 2월 약 1천5백억원을 주고 국내 최대의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옥션의 경영권을 인수, 한국에 진출해 있다.

당시 옥션을 인수하면서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사진)는 "아시아 전자상거래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베이는 지난달 말 일본에서는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2000년 경쟁사에 비해 늦게 일본에 상륙한 이베이는 현지 온라인 경매 1위인 야후재팬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철수결정을 내렸다. 대신 대만의 동종 회사인 네오컴테크놀로지를 인수,대만에 진출하기로 했다.

전세계에 4천2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이베이의 주식은 현재 미 나스닥시장에서 57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베이는 최근 자동차와 부동산 코너를 개설하며 영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해외부문 매출은 전년의 3천4백만달러에서 1억1천5백만달러로 2백40%나 늘어났다. 이는 회사 전체 매출증가율 74%(2000년 4억3천1백만달러에서 2001년 7억4천9백만달러)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다. 해외영업에 주력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해외영업을 이처럼 키우고 있는 것은 현지의 동종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불리는 전략이 잘 먹혀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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