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카페] 2집 발표한 국내 유일 ‘바로크 메탈’밴드 지하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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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바로크 메탈 밴드 지하드. 이들은 “한국 바로크 메탈 음악의 전통과 명맥을 이어가는 데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한주환(베이스)·연제준(보컬)·박영수(기타). [강정현 기자]

무시무시한 이름 얘기부터 해야겠다. 지하드. 아랍어로 성전(聖戰)이란 뜻이다. 복면을 쓴 테러리스트가 종종 입에 올리는 말이기도 하다. 밴드 이름치곤 몹시 사납다. 한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남자들, 13년째 메탈 음악만 고집하고 있다. 웅장한 클래식과 거친 하드 록을 접목한 ‘바로크 메탈’을 연주하는 국내 유일의 밴드다.

그게 ‘지하드’라는 작명의 배경이다. “한국 메탈을 지키기 위한 성전을 치르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박영수(기타)·연제준(보컬)·한주환(베이스)으로 이뤄진 이 밴드는 “우리 대중음악을 살찌우기 위해선 메탈 같은 비주류 장르도 생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1997년 결성돼 연간 100회 이상 무대에 올랐지만, 앨범은 지금껏 고작 두 장이다.

“10년 전만 해도 홍익대 인근에만 수십개의 메탈 밴드가 있었어요. 지금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죠. 생존을 염려해야 할 지경입니다. 연주에 열정을 쏟는 뮤지션도 드물고요.”(박영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박영수가 연주 이야기를 슬쩍 꺼낸다. 이유가 있다. “속주로는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테크니션(한주환)”이란 동료의 평가처럼 그의 기타 연주는 아찔하다. 개별 음계를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른 연주를 듣다보면, 그의 기타가 홀로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긴 그의 가공할 연주력도 바로크 메탈이란 장르 덕분에 가능했다. 장르 특성상 기타의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폭풍같은 기타의 속주를 날카로운 보컬이 감싸고, 베이스가 아래를 받치는 형식으로 음악이 전개된다. 연주 난이도로 따지자면 대중음악 장르 가운데 최상급에 속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이태 전 팀에 합류한 한주환은 “한달간 밤을 새며 연습한 끝에 겨우 합주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로크 메탈은 연주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도전하기 힘들어요. 연주에 공을 들이는 밴드로서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박영수)

지난달엔 3년만에 2집 ‘워 오브 판타지(War of Fantasy)’를 발매했다. 박영수 특유의 속주와 4옥타브를 넘나드는 연제준의 보컬이 빚어내는 강한 비트의 메탈 곡으로 빼곡하다. 주로 곡은 박영수가, 대부분 영어로 된 가사는 연제준이 쓴다.

“메탈이 백인 음악이다 보니 영어로 불러야 느낌이 제대로 살아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기도 하죠.”(연제준)

속주도 그럴싸하고 강렬한 메탈 사운드도 다 좋다. 하지만 대중이 즐겨 찾지 않는다면 메탈도 소멸하지 않을까. 이들의 고민도 그랬다. 그래서 “팀의 성격을 그르치지 않는 수준에서 록 발라드 곡을 한 곡 정도 포함시킨다”고 했다. 대중들이 지하드에 입문하는 턱을 살짝 낮춰주기 위해서란다. 연제준이 말했다. “바로크 메탈은 검정색과 비슷합니다. 잘 쓰이는 색은 아니지만 대중이 필요로 할 때 최고의 검정색을 전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지하드란 이름에서 무시무시함을 거둬내도 좋겠다. 이들이 치르는 성전이란, 결국 대중과의 호흡을 고민하는 고객 맞춤형 성전이니까.

글=정강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바로크 메탈=헤비메탈에 클래식을 접목한 음악 장르다. 바흐·헨델 등 클래식의 바로크 음악처럼 웅장한 스케일과 세련된 기교가 특징적이다. 특히 기타리스트의 화려한 속주가 이 장르의 중심이다. 1970년대에 영국 밴드 ‘딥퍼플’이 처음 시도했으며, 이후 스웨덴의 기타리스트 잉베이맘스틴 등이 대중적인 유행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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