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만해문학상…금강산서 직접 받은 북한 작가 홍석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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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분단 후 처음으로 남한의 문학상이 북한 작가에게 13일 금강산에서 직접 전달됐다.

계간 문예지 '창작과비평' 백낙청 편집인과 만해문학상 이선영 심사위원장 등 남한 문인 일행은 장편소설 '황진이'로 제19회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북한 소설가 홍석중(63.사진)씨에게 상패와 상금 1000만원을 전달하고 이날 저녁 남한으로 돌아왔다. 백 편집인 등은 12일 입북했었다.

시상식은 오전 10시 30분부터 30분간 금강산 구룡연 입구 음식점 목란관에서 진행됐다. 백 편집인의 인사말, 이 위원장의 심사경위 발표와 시상에 이어 홍씨가 수상소감을 밝혔다. 북한에서는 홍씨 이외에 장혜명 조선작가동맹중앙위 부위원장, 박세옥 시인 등 7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남한에서는 김형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 소설가 정도상씨와 시민방송 촬영팀 등이 참석했다.

▶ 홍석중의 장편소설 "황진이"의 표지.

홍씨는 "남한의 문학상 수상은 6.15 남북공동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남 교류는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앞장서겠다"며 수상소감은 짧게 밝혔다고 한다.

홍씨는 시상식에 이은 점심 식사나 12일 저녁 만찬 석상에서는 시종 유쾌한 농담을 구사하며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다고 창비측은 전했다. 특히 할아버지인 소설가 홍명희와 아버지인 국어학자 홍기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는데, 어려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더니 나이가 들수록 존경심이 커진다는 심경을 밝혔다. 40대에 늦깎이로 등단한 얘기, 황석영씨에 대한 추억도 얘기했다. 한 참석자는 "홍씨의 입심이 남한의 황석영에 맞먹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백 편집인은 홍씨의 수상에 대해 "북한의 소설에 대해 남측에서 문학적 평가를 내리고 실제로 상을 전달한 것은 분단 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형수 총장은 무산된 남북작가회의에 대해 "남북이 모두 허용한 사안이므로 정세가 풀리면 이뤄질 것이라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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