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 노무현 대안론 > 대중적 인기 업고 '다크호스'로 : 과격 이미지 약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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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인제(李仁濟)후보는 대전 경선(17일) 후 기자들에게 "개혁이 파괴적으로 흐를 경우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됐다.

李후보는 18일엔 경선캠프의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을 통해 "나는 과거파괴적 개혁이 아니라 온건과 보수, 합리적 개혁주의자들이 동의·수긍하는 창조적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李후보가 '파괴적 개혁론자'라고 盧후보를 몰아붙이며 '노무현식 개혁'을 문제삼고 나선 배경에 대해 핵심 참모는 "盧후보의 과격한 이미지, 튀는 행동을 우려하는 정서가 상당히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네차례의 지역 경선을 치르면서 '노무현 대안론'은 급부상했지만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고위 당직자는 "盧후보가 당을 살리는 데 살신성인한 점은 인정하지만, 급진적 이미지로는 본선에서 표를 불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 이상, 보수층에선 盧후보를 걱정스런 눈으로 보고 있더라"는 이유에서다. 본선이 보혁(保革)대결 구도로 짜이면 불리하다는 것이 이 당직자의 판단이다.

盧후보와 가까운 이해찬(李海瓚)의원도 최근 盧후보를 만나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李의원은 "후보는 '중도'를 지향해야 한다. 지도자가 공격적이고 (이념·성향이)선명해선 안된다는 충고를 해줬다"고 말했다. 캠프 내부에서조차 "막연하지만 (대중들 사이에 盧후보에 대한)공포감이 있는 게 사실"(千正培의원),"안정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林采正의원)는 얘기가 나온다.

이같은 평가는 그의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언행에도 기인한다. 그는 지난해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김중권(金重權)후보가 당 대표에 임명되자 "기회주의자"라고 공개 비난했다.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검증문제도 나온다."국회의원(재선)과 8개월간의 해양수산부 장관 경험만으로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그가 내세우고 있는 '일관성'에 대해서도 "국가를 민주당 공천으로의 부산시장 출마와 부산 총선 출마처럼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지나치게 '바람'에 의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불안정성'을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盧후보는 '파괴적 개혁'주장에 대해 "내가 파괴를 했다면 그 대상은 권위주의와 지역주의·특권주의"라며 '신(新)색깔론'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주변에선 안정감과 균형감각이 부족하다는 주장에 대해 "후보가 되면 과격 이미지 씻기에 나설 것"이라며 "히든카드는 나중에 뽑는 법"이라고 말해 대책을 마련 중임을 밝혔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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