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아직 안 끝났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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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쉽지만 이젠 내년 우승을 향해 다시 뛰어야죠."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의 사나이가 웃었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문지기 김병지(34.사진). 전날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섰다가 수원 삼성 이운재의 거미손에 걸렸던 그다. 1, 2차전 210분간 무실점 방어를 했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솔직히 팀이 우승하면 제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개인상 욕심도 났고요."

욕심낼 만했다. 김병지는 올 시즌 정규 리그 24경기와 하우젠컵 12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전 경기를 뛴 선수는 그 이외에 부천 SK 골키퍼 조준호뿐이다. 포스트시즌 3경기까지 합치면 13개 구단을 통틀어 유일하게 39경기를 전부 뛴 선수다. 1992년 K-리그에 발을 들여놓은 뒤 351경기 출장. 골키퍼로선 최다 출장이다.

"500경기 출장이 목표입니다. 4시즌 정도 더 뛰는 거죠.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몸관리를 해요."

골 넣는 골키퍼에다 튀는 외모로 언론 조명을 받았던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 주전에서 탈락하면서 관심에서 사라진 듯했다. 하지만 올 시즌 경기당 0.89골의 실점률로 포항의 '실리 축구'를 이끌면서 축구팬 사이에선 '김병지를 대표팀에 보내자'는 여론도 일었다.

"다시 대표팀 기회가 주어지면 잘할 자신 있어요. 세대교체 얘기하지만 골키퍼는 다르잖아요."

14일 개막하는 FA컵엔 출전하지 않는다. 포항이 외국인 선수 3명과 김병지 등 고참 선수 4명에겐 특별 휴가를 줬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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