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국가 과제 <9> 생활외국어는 필수다 (상) : 영어는 기본 中·日語도 해야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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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 구사능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중국어·일본어 등 제2외국어를 소홀히 하다간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국가간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급격히 불어나는 중국인 관광객만 해도 통역이 절대 부족해 쩔쩔 매는 실정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9만4천명. 이들을 맞은 중국어 통역은 필요 인력의 3분의1 수준인 2백70명뿐이었다. 그나마 내국인은 50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화교 또는 조선족이었다.

중국 관광객 증가 추세가 수년 내 1백만명을 돌파한다는데 대책이 안 보인다. 관광문제만이 아니라 21세기의 생존전략을 중국에 걸고 있으면서도 언어 대책이 없다.

이건희(李健熙)삼성 회장은 지난해 11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대응전략이 곧 우리의 생존전략'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이후 삼성그룹 내에선 중국어 학습열풍이 부는 등 중국어가 '생존 수단'의 하나로 강조되고 있다.

건국대 일어교육과 민광준 교수는 "일본은 세계에서 돈이 제일 많은 나라인데 그들과 교역을 할 때도 일어 대신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영어도 중요하지만 교역과 관광객 증대를 위해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의 말을 배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말이 통해야 뭘 해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교육전문가들은 생활외국어를 제대로 익히기 위해선 외국어 교육이 혁신돼야 한다고 말한다. 10년 이상 배워봐야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학교 영어교육의 개편과 함께 제2외국어 교육의 내실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대입(大入)외국어 시험부터 확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시험이 의사소통 방식으로 바뀌면 고교는 물론이고 중학교·초등학교까지 교육과정과 수업방식이 듣기·말하기 중심으로 변화되는 파급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중국어나 일어·프랑스어 등 제2외국어의 경우 어문학부 지망생들에게는 전공 관련 외국어를 필수 시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외국어 교육 내실화를 위해선 교사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교사 부족으로 중학교에서 제2외국어 선택은 거의 없고 고교에서도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제2외국어 담당 교사를 꾸준히 늘리고, 인근 학교나 외부 시설에서의 교환·위탁학습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고 지현웅 교사는 "학생들이 생활외국어를 제대로 학습하려면 멀티미디어 어학실이 최소한 10학급당 한개씩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교육인프라 확충도 뒤따라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남중·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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