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노린 중소형 로펌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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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틈새시장을 노려라."

10명 안팎의 변호사들이 뭉쳐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소형 로펌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분쟁 해결에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변호사들이 외면해 왔던 부동산·국방·언론·벤처기업·의료·연예분야 등이 이들이 노리는 틈새시장이다.

사시 정원 1천명 시대가 본격화하고 법률시장의 완전 개방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특화 전략이다.

◇특화로 입지 개척=올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길기관 변호사는 동기생 4명과 함께 부동산 전문 로펌 '산하'를 차렸다.길변호사는 "경매·하도급·재건축·재개발 등 부동산 건설영역 분야는 브로커들의 활개로 온갖 편법과 무질서가 판치면서 변호사들이 사건 수임을 꺼리는 대표적인 분야"라면서 "남들이 하지 않는 분야를 새로이 개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 '두우'를 차린 최정환 변호사는 "문화산업이 번창하면서 영화·음악·방송 관련 소송이 계속 늘고 있어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한다.

기업·금융 관련 소송 시장을 이미 대형 로펌들이 자리잡은 만큼 덩치 작은 로펌들은 남들이 가지 않은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두우는 이미 영화 '쉬리'의 해외배급 계약과 메가박스의 외국인 합작투자 영화 등의 법률자문을 맡는 등 시장 개척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법무관 10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들이 만든 YBL(대표변호사 이재민)은 자신들의 경력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YBL은 "군 내부 훈령 등에 의해 처분되는 경우가 많은 군 관련 소송에서는 법무관 출신이 이점이 많다"고 주장했다.기업의 군납에 대한 법률 자문,미군 등에 대한 환경오염 소송,군부대 안의 재해ㆍ사고 등이 이들의 영역이다.

◇새로운 시장 형성=벤처기업 관련 소송이나 법률자문 전문인 '법무법인 지평'은 고객으로 확보했던 한글과 컴퓨터·안철수연구소 등이 거대기업화하면서 덩달아 대형 로펌으로 컸다. 대신 소규모 벤처 법률자문 역할은 법무법인 INS 등이 이어받았다.

이밖에 남북 재산 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 관련 법률시장과 프로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계약금 계약 대행 등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들도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변호사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의료·산재 전문 로펌인 '한강'의 최재천 대표변호사는 "법률시장의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중소 로펌이 다양해지고 질적 수준도 높아지면 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며 "국내 변호사업계의 변신이 성공하면 법률시장 개방 후에도 의뢰인들이 외국계 로펌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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