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치는 정치> 5년 大運論… 대망論… 여성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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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을 아홉달 남겨둔 3월. 여의도 정가에는 내로라하는 역술인·무속인들의 '대권 예언'이 흘러넘친다. 여야 주자와 그 주변은 물론 의원회관을 다니다 보면 이런 저런 점괘와 예언이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런 점괘 저런 예언=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역술·무속인들은 한손에 꼽힌다. 현불사의 설송(雪松)스님이 "올해는 화합의 기운이 승하는 해이므로 영남과 호남의 지지를 함께 받는 새로운 인물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전해지자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캠프에선 '그게 바로 우리 주자'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고문측은 이것이 金고문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화갑(韓和甲)고문측은 설송이 "앞으로 할 일이 부챗살 펴지듯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며 차기 대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수성 전 총리측은 "운이 열렸으니 현불사에 나무를 심어라"는 설송의 말에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나무는 대권으로 해석 가능하다는 논리다.

박근혜(朴槿惠)의원도 지난해 말 설송스님을 만났다. 그는 "스님에게서 좋은 말씀을 들었다"고 했다. 현불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인옥(이회창 총재 부인)여사측은 "李총재 부부는 천주교 신자로서 이런 얘기는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다음 대통령은 개띠" "한자 이름이 22획인 사람이 운수대통" 등 출처 불명의 신기루 같은 말들이 나돌고 있다. '목자득국(木子得國)'이나 '목하첨자(木下添子·이상 李씨가 대권 잡는다는 뜻: 木+子=李)' 정도는 한물 간 유행어가 됐다.

◇"차기 대통령은 여자"=대선과 역술을 연결하는 최근의 화제는 단연 '여자 대통령론'이다. "여통(女統) 얘기를 빼면 여의도 밥집이 썰렁해진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서울 구기동 묘심화(妙心華)법사는 최근 "적어도 차차기까지는 여자 대통령이 나와 국운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예언했다. 청와대가 북악산·북한산 등 양기(陽氣)를 상징하는 산에 둘러싸여 있어 남자가 주인이 될 경우 상극이 돼 제왕적 대통령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는 "여자 대통령은 사주에 호랑이가 강해 인시(寅時·오전 3~5시)에 태어난 사람"이라고도 했다. 朴의원은 인시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朴의원의 진짜 출생 시는 묘시(卯時)일 것"이라는 다른 역술가의 얘기도 있다. 심진송(沈震頌)씨는 "이번 대통령은 분명히 여성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해 4월 기도하던 중 "해(日)와 달(月)을 가진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는 확신을 받았다는 것이다.

혹시나 해서 지난해 백두산에만 세번을 다녀왔지만 늘 똑같은 모습이 떠올랐단다. 올해 1월엔 여자 대통령의 성이 명(明)씨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沈씨는 "여자 대통령은 기존 정치판에 몸담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며 음력 3월이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바둑판 뒤집듯이 민심을 흔들며 하나로 모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2남1녀론'도 장안의 화제다. 얼마 전 한 사회사업가가 유명한 고승에게서 듣고 친한 정치인에게 알려줬다는 얘기로 이번 대선에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출마한다는 내용이다.

◇선거전략으로 활용=이들 스타급 역술·무속인들의 예언 말고도 각 주자 진영에는 나름대로 "우리가 반드시 된다"는 예언들을 한두개씩 갖고 있다.

이회창 총재측 관계자는 "2년 전 한 측근이 용하다는 역술가를 찾아 조치원엘 갔는데 '앞으로 5년간 대운이 뻗칠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5년 대운론'이다. 이후 16대 총선과 재·보선에서 계속 승리했고, 대세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측은 '구국의 큰 별론'을 자랑한다. 한 정치권 인사가 지난해 3월 인도에 갔다가 유명한 현지 점성술사에게서 "한국의 차기 구국의 큰 별은 가락 김씨 가문에서 나올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는 것이다. 金총재가 지난해 선친의 묘소를 이장할 때 유명한 지관이 왕기가 서린 자리로 봐줬다는 얘기도 당시 'JP대망론'과 연계돼 화제가 됐다.

이인제(李仁濟)고문측에는 '3대 대망론'이 있다. 그 중 1998년 대선에서 떨어진 뒤 전국을 유람할 때 당시 선승으로 유명했던 일타 스님이 李고문을 처음 보고는 "관상이 참 좋다. 언젠가 한번은 대통령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을 내세운다.

서울 동부이촌동 70대 보살이 李고문의 사주를 보고 "李고문은 대통령을 두번 할 수 있는 운세다. 하지만 언제 될지는 모른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李고문은 2000년 모친이 타계했을 때 마곡사의 진허 스님에게 산소자리를 봐달라고 했다고 한다. 노무현(盧武鉉)·정동영(鄭東泳)·정몽준(鄭夢準)의원측은 종교적·이념적 성향 때문에 점괘나 예언은 전혀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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