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MVP는 누구? 김승현→대세론 서장훈→대망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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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누가 될까.

정규리그 우승팀 동양 오리온스의 루키 가드 김승현이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MVP를 석권, 어시스트왕·가로채기왕을 포함해 4관왕이 되리라는 '점괘'가 나돌고 있지만 기자단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17일이 돼 봐야 안다. 기자단 투표는 15일 마감된다.

김선수는 전 경기에 출장, 가드의 전유물인 어시스트와 가로채기 기록부문에서 강동희(모비스 오토몬스)·이상민(KCC 이지스)·주희정(삼성 썬더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새내기가 일으킨 돌풍은 몹시도 거셌다.

그러나 정규리그 2위팀 SK 나이츠의 센터 서장훈도 충분히 MVP를 노릴 만하다. 기록에서 1위를 차지한 부문은 없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김선수를 능가한다. 득점·리바운드·슛블록 등에서 국내 선수 가운데 1위다. 더구나 서선수는 외국인 선수를 상대로 경기했다.

포인트 가드인 김승현은 라이벌팀 가드 9명과 싸웠을 뿐이지만 센터 서장훈은 18명의 외국인 선수와 무수한 국내 선수를 상대했다. 서선수를 잡기 위해 대개의 팀이 외국인 선수로 겹수비를 시도했고, 국내 선수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승현 대세론'이 부각된 이유는 서장훈에 대한 농구계 전반의 고장관념 때문이다. "건방지다"거나 "매너가 나쁘다"는 경기 외적인 평가가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경기력 측면의 경쟁력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올시즌 서선수는 놀라운 인내력을 발휘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1997~98 챔피언전에서 준우승에 그친 기아의 '악동' 허재가 MVP에 오른 것은 정말 기적이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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