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방 들고 市長 병문안 세풍그룹'집요한'돈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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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종근(鍾根)전북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가 드러난 ㈜세풍이 폐염전 부지 용도변경을 위해 집요하게 전방위 '돈 로비'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4일 전 군산시장 김길준(金吉俊)씨와 金씨의 측근들에 따르면 세풍 간부들은 1996년 6월부터 당시 준농림지역이었던 군산시 옥구읍 어은리 등 염전부지 1백6만평을 자동차 경주대회 개최가 가능한 준도시지역으로 바꾸려고 허가 관청인 군산시 간부들에게 끈질기게 청탁했다는 것이다.

金씨는 "용도변경에 반대하자 세풍의 사장·전무가 (나의) 귀가 시간에 맞춰 아파트 입구에서 지키고 있다가 접촉을 시도했었다"며 "집에 있을 때는 밤 늦은 시간에도 불쑥불쑥 찾아와 사생활 침해를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金씨는 또 "96년 7월 수술을 하기 위해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하자 세풍 간부들이 병문안을 와 돈이 든 스포츠백을 놓고 가려고 해 10여분이나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金씨가 끝내 만나 주지 않자 세풍측은 金씨와 친분이 두터운 후배를 통해 용도변경을 허가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金씨의 한 측근은 "병원에 찾아 온 세풍 간부들은 '시장님만 승낙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고 밝혔다.

세풍의 로비 손길은 金씨에 그치지 않고 당시 도시계획 변경 업무를 담당했던 군산시청 공무원들에게도 미쳐 공무원들이 이들을 따돌리느라 정상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편 지사는 96년 8월 도청 일부 국장을 데리고 군산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자동차경주대회 설명회에 참석,"대회를 유치하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설하는가 하면 군산시가 도에 폐염전 부지 용도변경 신청을 할 것을 여러차례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전북도는 1억여원이 소요되는 폐염전 부지 진입로 공사를 군산시가 맡아주도록 요구하는 등 세풍측을 감싸고 돌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자동차 경주대회가 군산에서 열리면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설명회를 열었으며 용도변경과 관련해 군산시에 압력을 넣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군산=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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