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로비·검찰 정보유출 수사 특검'촉박한 열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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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차정일 특검팀이 이용호씨의 대(對)금감원 로비 의혹과 지난해 이수동 아태재단 전 이사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준 검찰 간부를 파악하는 데 마지막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4일 김영재 금감원 전 부원장보 형제를 소환하면서 재개된 금감원 로비 의혹 수사는 특히 주요 조사 대상 인물들이 모두 고교 동문인 사실이 새로이 확인돼 주목을 끌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이수동씨와 통화한 검찰 간부가 신승남 전 검찰총장과 김대웅 광주고검장 등인 것으로 이날 밝혀짐에 따라 우선 이수동씨를 상대로 이들 중 누가 이용호씨 수사상황을 전해줬는지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10일밖에 남지 않은 수사기간을 감안할 때 두 사안 모두 의혹들이 완전히 규명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금감원 로비 의혹=이날 소환된 김영재씨 형제, 특검팀이 귀국을 요청한 미국 파견 금감원 직원 尹모(45)씨, 소환 예정인 이용호씨 계열사 전 감사 金모(45)씨가 모두 광주의 특정고 출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금감원이 1999년 11월 이용호씨 계열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용호씨를 제외시킨 배경에 동문이라는 친분관계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이용호씨가 줄대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던 김영재씨를 상대로 이용호씨와의 관계를 조사했으나 별 소득 없이 귀가시켰다.

이수동씨의 측근인 도승희(都勝喜)전 서울시정신문 회장은 "이용호씨가 이수동씨 도움으로 99년 11월 김영재씨를 처음 만난 뒤 몇차례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특검팀은 김영재씨 동생 영봉씨를 상대로 2000년 4월 이용호씨 계열사인 대우금속(현 인터피온)에 전무로 영입된 배경과 1억원 상당의 전세 오피스텔을 제공받은 경위, 영입 이후의 역할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99년 이용호씨를 고발대상에서 제외했던 금감원 실무책임자 尹씨가 특검팀 수사기한인 오는 25일까지 귀국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더이상의 진척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난항 겪을 검찰간부 조사=이수동씨와 통화했음이 확인된 신승남 전 총장 등 검찰 간부 3~4명이 한결같이 수사기밀 유출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고 물증도 없어 소환조사는 어려운 상태다.이수동씨도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의심이 가더라도 당사자들이 부인할 경우 입증할 방법이 없어 결국 거론된 간부들의 도덕성만 흠집을 낸 채 실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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