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훈련기 싱가포르서 '씽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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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지난 3일 오전 9시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공항. 국산 군사훈련기 KT-1이 이륙했다. 조종사는 싱가포르 공군의 필립 치온 소령. 싱가포르 조달본부가 훈련기 구입의 전 단계로 우리 것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때마침 열리고 있던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KT-1이 시범비행을 하게 돼 있었고, 이를 기화로 싱가포르측이 시승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던 것.

예정됐던 비행시간 40분이 지났으나 비행기는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교신이 왔다. "20분만 더 조종해 보겠다."

25분 후 비행기가 내렸고, 조종석 덮개가 열렸다. 치온 소령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말했다. "놀랍다. 특히 비행하다 동체를 뒤집고 나서 조종간을 놓았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능에는 감탄했다."

최근 귀국한 한국항공우주산업(www.koreaaero.com)의 싱가포르 에어쇼 참가팀이 전하는 우리 KT-1에 대한 현지의 반응이다.

KT-1은 항공우주산업이 자체 기술로 개발해 2000년 양산을 시작한 기종으로 국산 항공기가 해외의 대형 에어쇼에서 시범비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파리 에어쇼·영국 판보로 에어쇼와 더불어 세계 3대 에어쇼로 불리는 행사여서 국산 항공기의 비행은 의의를 더한다. 행사에 참가한 항공우주산업 정연석 항공기수출팀장은 "이스라엘·말레이시아·베네수엘라 등의 국방부 및 공군 관계자들이 우리 전시관에 들러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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