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 피해 文科 택한 학생들 "다시 理科 가야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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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반 편성까지 끝났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13일 발표된 2003학년도 대학입시요강에서 교차지원의 문이 상당히 좁아지자 어려운 수학·과학 공부를 피해 문과로 방향을 틀었던 상당수 중하위권 학생들이 극도의 불안에 빠져들고 있다.

일선 고교 교사들도 교차지원 제한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예년보다 한달 이상 늦어진 대입요강 발표로 교차지원을 염두에 뒀던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교차지원 축소와 함께 일부 대학이 의·치학 전문대학원을 도입하면서 의·치대 정원이 급감, 의과계열 진학이 '바늘구멍'이 될 전망이어서 의과계열을 희망하는 상위권 학생들의 발등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학기 초만 해도 고3생들의 '문과행'으로 곤욕을 치렀던 일선 고교들은 이제 다시 문과에서 이과로 돌아가려는 '역(逆)전과' 희망자 속출로 홍역을 다시 한번 치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H고 등 일부 학교는 이날 3학년 담임회의를 열고 문과에서 이과로의 전과 희망자 접수를 받아 22일 다시 반 편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학기 초 30여명의 이과생들이 문과로 전과했던 서울 S고도 이들 학생이 고스란히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학교의 3학년 모 담임교사는 "편법 진학수단으로 전락한 교차지원을 제한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입시요강 발표가 늦어져 중위권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K고 3학년 金모(18)군은 "교차지원이 유리할 것 같아 인문계로 옮긴 뒤 수학·과학 공부보다 논술·면접 준비에 힘을 쏟아왔는데 바뀐 제도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못갈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급 편성과 교사 배치 등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과반을 늘리는 등의 학급편성을 다시 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학교측과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들 사이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D고 3학년 부장 金모 교사는 "다시 이과로 전과를 요청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며 "개별학습을 통한 자연계열 응시를 권유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일선학교뿐 아니라 학원가에서도 문과에서 다시 이과로 옮기려는 재수생들의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수학·과학을 공부하려는 수험생들이 대거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입시관계자는 "문·이과 구분이 없어지는 2005학년도 입시부터 교차지원 문제가 자연스레 해소되지만 과도기의 현재 일부 고3학생들은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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