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는 미국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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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억만장자 투자가인 알 왈리드 빈 탈랄(44·사진)왕자가 미국 유수 기업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화제다. 물론 목적은 돈벌이다. 국제 금융계의 큰손인 그는 지난해 9·11 테러 이후 6개월 동안 시티그룹·AOL 타임워너·프라이스라인닷컴(priceline.com) 등 미국을 대표하는 3개 기업의 주식을 10억달러어치 이상 사들였다고 11일 밝혔다.

그가 이끄는 킹덤홀딩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미 시티그룹의 최대주주인 왈리드 왕자는 이번에 5억달러의 추가 투자로 시티그룹 총 투자액이 거의 1백억달러에 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티 주가는 약 43달러로 너무나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AOL 타임워너 주식도 4억5천만달러어치 매입한 그는 "나는 AOL의 브랜드 파워를 믿으며, 주가가 23달러로 쌀 때 지분을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라인닷컴주식도 5천만달러어치 사들여 투자총액을 1억달러로 늘렸다.

파드 국왕의 조카인 그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빠져 허덕이던 1998년 대우차에 1억달러, 현대차에 5천만달러를 각각 투자했다가 지난해 이를 몽땅 회수했다.

경영전문 잡지 포브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2백억달러로, 지난해 세계5위 갑부에서 11위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그가 월가의 큰손으로 등장한 것은 91년 부도위험에 처한 시티코퍼레이션(현 시티그룹)의 주식 9.9%를 매입하면서다. 이후 구조조정을 통해 시티그룹 주가가 무려 2천% 이상 뛰면서 단숨에 80억달러라는 거금을 움켜쥐었던 것이다.

심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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