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전 배고파 자전거 훔친 과거 "불우이웃 돕기로 속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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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소기업체 사장님이 어릴 적 배고픈 시절에 저지른 조그만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불우이웃 돕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화장실용품 전문 생산업체인 신우워토스㈜ 송공석(宋公錫·51·인천시 서구 당하동)사장의 사연은 3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宋씨는 19세 때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고픈 일념에 고향인 전남 고흥을 떠나 서울 구로구의 한 양변기 부품 생산업체에 취직했다.

그러나 회사가 망해 6개월 만에 직장을 잃고 굶기를 밥먹듯하던 시절, 거리에 세워진 남의 자전거에 손을 댔다. 이후 宋씨는 마음 한켠에 당시의 죄책감을 묻어두고 지냈다.

"언젠가 성공하면 꼭 주인을 찾아 머리숙여 용서를 빌고 싶었습니다."

宋씨의 이같은 마음은 불우이웃을 돕는 일로 이어져 1998년 가정 형편으로 수술을 받지못하던 黃모(당시 14세·인천 K여중3)양 등 청소년 심장병 환자 6명의 수술비로 2천5백만원을 내놓았다. 또 이때부터 지금까지 1만5천원짜리 절수장치 한대를 팔 때마다 일정액을 모아 불우시설에 기탁하고 있다.

인천지역 무의탁 노인시설인 '사랑의 집' '엘림의 집' '아카시아 마을'에 宋씨가 전달하는 성금은 매월 3백만원 정도. 인천시와 경상남도에도 2천여만원을 기탁했다.

宋씨의 선행은 회사에도 영향을 줘 직원 60여명은 전국의 극빈 가정 등 2만5천여가구에 양변기 절수장치를 무료로 달아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투명한 회계와 성실한 납세로 지난 4일 납세의 날에는 국세청장상을 받기도 했다.

인천=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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