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꺾는 배구협 '내맘대로 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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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스포츠에서 개인기록상이 갖는 의미는 크다. 선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계량적 잣대가 되며, 선수들은 이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한다. 따라서 시상이 명확한 기준에 따라 엄정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그 부작용도 클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배구 슈퍼리그 여자부 최종결승전을 앞두고 발표된 개인상 중에서 서브상 부문은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인지가 매우 모호하다.

서브상 부문에서 정대영(현대건설)·고은아(담배공사)·정선혜(LG정유)는 똑같이 서브 에이스 3개를 기록했지만 상은 정대영이 받았다. 82개의 서브를 넣은 정대영은 39개의 서브를 넣은 고은아에 비해 정확성에서 오히려 뒤진다. 배구협회는 "고은아·정선혜보다 정대영이 더 많은 경기에 출전했기 때문에 수상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선수는 2차대회에서 똑같이 네경기를 뛰었다.

배구협회는 대회 운영이나 수상자 결정 과정에서 이처럼 자의적으로 행동한 적이 많았다. '이경수 스카우트 파동'도 드래프트제와 자유계약제를 오락가락한 협회가 원인 제공자라는 지적이 많다. 이런 과정에서 일어나는 말썽과 잡음은 배구인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배구의 전반적인 흥행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은 지난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원칙을 무시한 판정 때문에 흥분하고 분노했다. 협회는 배구장을 찾는 팬들이 계속 줄어드는 근본적 이유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싶다.

동해=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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