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중간수사 발표로 본 이수동 의혹> 검찰,봐주기수사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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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이수동씨가 입수한 검찰의 이용호씨 사건 수사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었음이 9일 드러났다.

또 당시 수사를 했던 대검 중앙수사부가 李씨의 혐의를 눈치 채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있다.

"지인(知人)으로부터 내가 이용호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돼 앞으로 수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하면서 나보고 정말 이용호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지인에게 사실은 이용호로부터 2000년 봄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하자 그 지인이 앞으로 잘 대비하라고 했다."(이수동씨 첫 진술)

"지인으로부터 도승희(都勝喜·전 서울시정신문회장)가 이용호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도승희에 대해 조사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두번째 진술)

"지인에게 5천만원을 받았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세번째 진술)

특검팀 관계자는 李씨가 이렇듯 특검팀 소환 직후 했던 진술 내용을 시간이 지나면서 전면 부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첫 진술이 사실이라고 볼 때 ▶지난해 이용호씨 사건을 수사한 대검 중수부가 이용호씨 돈이 李씨에게 전달된 것을 파악했으며▶검찰 간부가 이 정보를 입수해 李씨에게 알렸고▶그 간부는 李씨로부터 혐의사실을 확인하고도 묵인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 간부를 도승희씨는 신승남 전 검찰총장으로 추정했지만 본인은 부인한 상태다.

대검 중수부는 당시 이용호씨 계열사 이사인 도승희씨가 이용호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 都씨를 소환해 이 돈이 로비자금으로 쓰였는지를 조사했지만 都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결론냈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지난해 중수부가 실제로 李씨에 대한 혐의를 포착했었는지, 李씨에 대한 수사가 있었는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중수부에서 넘겨받은 이용호씨 관련 수사기록에 李씨를 의심할 만한 단서는 있으나 조사한 흔적은 없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중수부 관계자는 "李씨가 都씨로부터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돈의 용처에 대한 都씨와 이용호씨의 진술이 일치해 李씨를 불러 조사할 근거가 없었다"며 "어떤 청탁이나 외압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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