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昌 신당'勢결집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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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반(反)이회창(李會昌) 신당'그림이 물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엔 지난달 28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朴槿惠)의원과 이수성(李壽成)전 총리가 서있다.

둘은 "하다 보면 신당 창당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朴의원),"朴의원에게 상당한 호의를 갖고 있다. 신당 창당을 도와줄 용의가 있다"(李전총리)고 분위기를 띄워왔다.둘은 또 한나라당 李총재에게 대항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李전총리는 "李총재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불행해진다"고까지 말했다.

그런 두 사람이 8일 낮 서울 메리어트 호텔 중식당에서 만났다.

▶李전총리=보통 어려운 결심(탈당)을 한 게 아니시다.

▶朴의원=옛날 독립운동하던 분들도 편한 것을 몰라서 했겠느냐. 다 조국을 위해서다.

▶李전총리=3·1운동이 전국 방방곡곡에 퍼졌듯 우리 국민은 준비가 돼 있다. 이젠 정치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1시간30여분간의 회동 뒤 朴의원은 "국민이 희망을 걸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같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해 신당 창당에 합의했음을 밝혔다.

李전총리는 보다 확실히 "선거란 이름의 국민혁명을 통해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하지 않는 분들 가운데 도덕적이고 더럽혀지지 않은 분들이 많이 합세할 것이고 신당이 될지, 위원회가 될지는 그분들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반이회창 신당' 창당을 위한 세(勢)결집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朴의원은 이날 정몽준(鄭夢準)의원은 물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과 두루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한나라당을 탈당할 것으로 알려진 김덕룡(金德龍)의원과도 연대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측근들은 신당의 그림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우선 朴의원과 李전총리가 중심에 서고 정몽준·김덕룡 의원에다 자민련과 민국당 세력, 한나라당 비주류 의원 5명 안팎, 민주당 대선주자를 포함한 일부 의원과 외부인사들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朴의원을 영남후보로 추대하겠다고 밝힌 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는 "다 준비됐으니 탈당하라"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필 총재는 i-TV '봉두완의 진단 2002'에 출연,"정계개편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으나 신당 출현에 대해서는 "두고봐야 한다"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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