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임원도 근로자 마음대로 해임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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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법인등기부에 등재된 회사 임원도 사실상 독립적인 지위를 갖지 못한 채 업무 대가로 정기적인 보수를 받아왔다면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 동부지법 민사13부는 12일 한 무선통신회사에서 관리이사로 근무하다 징계해고된 정모(40)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하고 "회사는 못받은 임금 500만원을 정씨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 측은 정씨가 등기부에 명시된 임원으로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매일 출근해 업무를 처리한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는 형편이었던 만큼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14조)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씨는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정씨가 업무능력이 부족해 손해를 발생시켰고, 회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등 회사 측에서 제시한 정씨의 징계해고 사유에 대해서는 일부 증언 외엔 증거가 없어 인정하지 않았다.

정씨는 이 회사에 합병된 다른 통신기기 회사에서 이사대우로 근무하다 합병 이후 지난 1월 이사로 승진했으며 두달 뒤 징계해고 사실을 통보받자 소송을 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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