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새벽 부산시 동래구 온천동 금정산 중턱의 약수터. 약수를 받아 가기 위한 물통 10여 개가 줄지어 놓여 있다. 이웅일(43·명륜동)씨는 “운동을 하면서 약수를 받아가기 위해 거의 매일 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약수는 무기물질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맹물 수준이다.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 수질보전과 권동민(52) 박사팀이 하루에 50명 이상이 찾는 부산지역 약수터 18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권박사 팀은 약수터 물에 들어있는 칼슘·마그네슘·칼륨·나트륨 등 미네랄 성분과 영양물질인 질산성 질소·염소이온·황산이온 등 7개 항목을 조사했다. 부산에서 전체 약수터에 대한 미네랄 성분 실태를 조사하기는 처음이다.
K-지수는 일본 하시모토 교수가 장수마을과 단명(短命)마을 식수의 미네랄 성분을 분석해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5.2 이상인 물을 약수수준의 ‘건강한 물’로 분류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네랄이 풍부해야 하고 몸에 이로운 칼슘·나트륨이 많아야 지수가 높아진다.
16개 구·군 별 나트륨 성분은 수영구 8.1㎎/L로 가장 낮고, 영도구가 13.1 ㎎/L로 가장 높았다. 나트륨 성분 지역 평균치인 11.4 ㎎/L는 대구(49.3 ㎎/L)·광주(33.8 ㎎/L)보다 낮고 인천(5.5 ㎎/L)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트륨은 미네랄 중 자연계에 널리 분포된 알카리 원소다.
칼륨은 기장군이 평균 0.18 ㎎/L로 가장 낮고, 북구가 1.2 ㎎/L로 가장 높았다. 칼륨의 지역평균치인 0.9 ㎎/L는 충남(1.8 ㎎/L)·대구(2.4 ㎎/L)보다 낮았다. 칼륨은 세포액의 삼투압과 신경작용을 조절하는 성분이다.
칼륨과 나트륨의 비율이 2대 1일 때 체액 조절 작용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어 나트륨이 칼륨보다 많은 곳이 많아 좋은 물이 적은 편이다. 좋은 약수터 9곳 가운데 5곳이 부산진구에 몰려 있는 것도 바다에서 멀기 때문이다.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