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피부 이용, 여드름 자국에 새살 돋게 할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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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된 조직에 콜라겐이 접착제 역할

신체를 덮고 있는 피부의 면적은 약 1.62㎡. 피부는 바깥부터 표피·진피·피하(지방) 등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신체 기관이 그렇듯 피부에도 재생 능력이 있다. 상처를 입으면 혈액이 상처 부위를 덮고 세포 분열을 시작한다. 피부를 조직하고 유지하는 단백질인 콜라겐이 상처 치유에 관여한다.

정원 성형외과 최홍림 원장은 “흉터는 손상된 조직이 붙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콜라겐이 접착제 역할을 한다”며 “콜라겐의 양에 따라 흉터의 크기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피부의 3개 층 중 진피 이상의 상처를 입으면 흉터가 생긴다. 흉터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이 여드름 흉터. 여드름 흉터는 좁고 깊은 형과 둥글고 넓은 형으로 나타난다. 지방층까지 깊게 파이기도 한다.

피부가 물결 모양으로 갈라진 튼살도 흉터의 일종이다. 튼살은 갑자기 체중이 늘거나 운동을 해서 근육이 늘었을 때 나타난다. 너무 짧은 시간에 피부가 지나치게 늘어나며 진피의 탄력섬유가 끊어진 것이다. 강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약한 피부에 장기간 사용할 때도 관찰된다.

흉터 깊이와 정도가 심한 것은 수술 후 흉터다. 수술을 위해 지방층까지 절개하기 때문이다. 화상 흉터는 환부의 깊이와 넓이에 따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상처 부위가 치료되며,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는 켈로이드도 흉터다.

레이저 치료, 깊은 흉터엔 효과 적어

흉터를 없애는 치료에는 레이저·박피·필러 등이 있다. 레이저 흉터 치료는 피부를 재생하는 효과가 있다. 원하는 부위의 흉터를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치료 지속 기간이 짧고, 깊은 흉터에는 효과가 적다.

흉터 부위의 조직을 벗겨내는 박피술도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브러시 등을 이용해 흉터의 윤곽을 다듬는다. 뺨과 이마 등 넓고 평평한 부위에 발생한 흉터를 치료하는 데 적절하다. 미간과 콧구멍·입·눈 주위 등에는 적용하기가 불편하다.

알루미늄 알갱이를 피부에 고속으로 분사시켜 흉터를 제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레이저 치료나 기계 박피술에 비해 흉터 제거 효과가 떨어진다. 특수 약품을 이용해 흉터를 벗겨내기도 한다. 넓은 부위에 적용할 때는 균일하게 치료하기 힘들다.

함몰된 흉터에는 콜라겐·히알루론산 등 보충물을 채워 넣는 필러가 시술된다. 시술이 간단하지만 효과 지속 기간이 1~2년에 그친다.

자기조직이용 치료제, 세계 처음 허가받아

움푹 파인 흉터를 90% 이상 메우는 자가섬유아세포 치료제를 시술하고 있다. [에스바이오메딕스 제공]

최근 여드름처럼 움푹 파인 흉터를 효과적으로 없애는 흉터 치료제(에스바이오메딕스 ‘큐어스킨’)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았다. 특히 이 치료제는 피부 조직을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 거부반응 등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제의 원리는 이렇다. 우선 자신의 피부 조직을 채취해 성체줄기세포를 분리한다. 이것을 자가피부 섬유아세포로 배양시킨 뒤 흉터가 있는 피부의 진피층에 다시 투여한다. 그러면 움푹 파인 흉터 밑에서 콜라겐이 증식돼 차오르며 흉터를 메운다. 손상된 피부를 원상태로 복원시키는 것이다.

자가섬유아 세포를 이용한 피부 흉터 치료제가 허가 받은 것은 세계 처음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대 신경과 김승업 명예교수는 “섬유아세포를 투여한 후 2~3개월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시간이 경과할수록 좋아진다”며 “9개월 정도 지나면 파인 흉터의 90% 이상이 차오르고 최소 4년 이상 효과가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 흉터 치료제는 서울대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22명의 여드름 흉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결과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3개월 후 95%의 환자가 흉터 개선 효과를 보였다.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도 1년 후 92%의 흉터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김승업 교수는 “자가섬유아세포 치료제는 여드름 흉터 등 난치성 피부 흉터 치료에 효과적”이라며 “앞으로 주름·아토피·화상 등 각종 피부 손상 치료에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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