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끝> 가정사목 선구자 송 길 원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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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성경에서 강조하는 '제도'는 교회와 가정이다. 그런데도 우리 개신교는 교회의 성장에 지나치게 매달리다보니 신자들의 가정을 소홀히 해왔다.

최근 가족 해체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교계의 젊은 지도자들 중심으로 가정의 평화로 눈을 돌리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 선봉엔 1992년 개신교계 최초의 연구소인 기독교가정사역연구소를 연 송길원(46·사진)목사가 서 있다. 그 자신이 먼저 '본인이 행복해야 행복을 전파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각종 세미나에 참석하며 가정 내 갈등을 걷어냈다고 한다.

"언젠가 브루스 톰슨이란 미국인 가정상담가가 한국에서 가정 화합 프로그램을 열었는데 거기에 참석했다가 처음으로 저의 내면의 세계를 보았어요. 티격태격 아내 탓, 환경 탓만 하며 살아온 날들이 부끄럽더군요. 처음으로 아내한테 사과를 했고, 아내는 그 사과에 펑펑 울었으니 요즘 말로 필이 꽂힌 거죠. 그리고 93년 미국 미시시피주 개혁신학원으로 공부를 하러 갔는데, 미국 교회가 타락한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어요. 가정 프로그램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오히려 한국 교회가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비로소 공부의 방향을 잡은 거죠."

지난 10년간 송목사가 소개한 프로그램은 건전한 결혼·화장 장려·부부 예절·훌륭한 아빠 되기·고부 갈등 등에 걸쳐 너무도 많다. 지난 1일에도 괌에서 3박4일간 30여쌍의 부부와 함께 행복한 가정 만들기 세미나를 열고 돌아왔다.

"가정은 모든 것의 출발이죠. 가정의 중요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가정 생활을 올바르게 끌어가는 길을 안내하거나 가르쳐주는 이는 드물어요. 저 역시 아무런 지식 없이 어느 날 가장이 돼버렸죠. 운전면허증도 없이 차를 몰았으니, 사고가 날 수밖에요. 문제는 본인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다는 거죠."

성경에는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 참으로 많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말씀하셨다.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여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부려라'"(창세기 1장28절), "하나님을 아는 데 장애가 되는 모든 오만을 쳐부수며 어떠한 계략이든지 다 사로잡아서 그리스도께 복종시킵니다"(고린도후서 10장5절)등등…. 하지만 가정 문제는 너무도 늦게 교계의 관심권으로 들어왔다.

"신학교라는 데가 도통 가정 문제를 가르쳐줄 생각을 안했어요. 3~4년 전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목회가 가정을 배경으로 한다는 기본을 잊고 있는 거죠. 배운 게 없으니 가르칠 수 없고, 가정생활은 각자의 몫이라고 내팽개쳐버렸던 거죠."

개신교를 이끌어갈 젊은 지도자인 송목사의 21세기 비전에서 우리 교계의 앞날을 엿볼 수 있을 듯하다.

"20세기 개신교의 관심이 교회로 모아졌다면 21세기의 관심사는 가정입니다. 성장 대신에 성숙, 선교 대신에 봉사, 해외진출 대신에 지역사회 참여, 그리고 치유와 회복의 기능이 강조되겠지요. 그리고 주5일근무제가 정착되면 교회는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지역사회의 문화센터가 돼야 합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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