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올 연말 주식시장 외국인에 물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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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시장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지난주 주가는 곤두박질했다.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진 탓이다.

외국인들이 주식 매도물량을 늘리는 가운데 그동안 시장의 버팀목이었던 프로그램 매매마저 팔자로 돌아섰다. 연말 배당투자 랠리의 꿈에 부풀었던 투자자들은 순식간에 매수세의 실종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외국인들은 주식 순매도 행진을 15일째 이어가고 있다. 신흥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 자금 유입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지만, 지난주엔 이것도 통하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지난주 9000억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파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그중 하나는 한국은행마저 내년 경제 성장률을 4%로 전망할 정도로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악화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주식시장에 좋을 리 없다.

최근 원화 강세로 외국인들이 상당한 규모의 환차익을 거두고 있는 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1150원대에 묶여 있었던 지난 7~9월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만 2조7000억원에 달한다. 환차익을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커질 만하다.

각양각색인 외국인들의 행동을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이 주된 이유라면 외국인 매도세가 금방 가라앉긴 어려울 것이다.

이번주엔 해외 변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지난 주말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이후 국제 유가 흐름이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14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금리 움직임이나 국제 유가 변동은 외국인들의 움직임에도 바로 영향을 준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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