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檢·警 전방위 '이수동 입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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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에 의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된 이수동(사진)전 아태재단 이사의 활동반경과 영향력은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신분에 걸맞게 폭넓고 막강했음이 특검 수사과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의 영향력은 1999년 5월 안정남 전 국세청장의 청장직 임명 사실을 1주일 전에 미리 알고 "안정남을 국세청장에 앉히기로 했다"고 얘기했다는 도승희 전 서울시정신문 회장의 말(본지 3월 5일자 27면)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지난달 22일 그의 집(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특검팀이 챙긴 자료들,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통해 보면 그가 군(軍)이나 검찰 쪽 인사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심증을 갖게 하는 정황들이 적지 않다.

당시 압수수색에서는 99년 당시 해군작전사령관이던 이수용(秀勇·현 석유공사 사장)전 해군참모총장의 참모총장 승진 희망 메모나 여단장급 군 장성의 인사 관련 기록 등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 방송국 교향악단 관계자와 98년 지방선거 때 임창열(昌)경기지사 후보 캠프에 있던 인사의 이력서가 포함돼 있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 내에서도 그와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전·현직 간부들의 이름이 여럿 거명된다.

지난해 11월 대검의 이용호씨 수사 진행상황을 전달받았다는 것도 이같은 인맥을 통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의 막강한 힘을 이용하기 위해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이용호씨와 같은 기업인들에서 정·관계에까지 두루 걸쳐 있었고,그들 중 상당수는 실제로 도움을 주고받은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물론 전총장 등 관련자들은 "인사청탁을 한 일이 없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수동씨가 자신의 집에서 동교동계 실세들과 자주 만나 인사를 주물렀다는 소문이 실감나게 돌곤 했다"는 말로 그의 영향력을 전했다. 특검팀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수동씨가 이런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도움을 주는 과정에 적잖은 대가성의 금품이 오갔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특히 그의 예금계좌 추적에서 의문이 가는 돈의 흐름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로 시작된 수사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정권 실세들의 게이트'로 커진 상황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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