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트콤 '조선에서…' 조기 종영에 비판 쏟아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MBC 시트콤 '조선에서 왔소이다'(사진)가 갑작스러운 조기 종영사태를 맞게 됐다. 지난달 초 방영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애초 12회로 기획됐으나, 5회가 전파를 탄 상태에서 7회까지만 방영되기로 결정된 것. 방송이 절반도 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조기 종영이 확정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MBC는 지난 6일 발표한 부분개편안에서 '조선에서…'를 토요일 오후 7시에서 월요일 밤 11시대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폐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MBC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족'이란 추상적 단어보다 MBC의 마음을 더 대변해 주는 건 '시청률'이란 잣대다. MBC는 '조선에서…'를 주말 버라이어티 시간대에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시청률이 줄곧 6~7%에 머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방송이 시청률만을 내세워 시청자 권익을 해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은 조기 종영을 반대하는 목소리와 MBC를 비난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이미 떠난 열차가 돌아오긴 힘들지만, '조기 종영 반대 카페'도 생겨난 상태. 시청자들은 "6%의 시청자는 시청자도 아닌가" "MBC 눈에는 시청자는 없고 시청률만 보이나""시간대를 마음대로 바꿔 혼란을 주더니 이젠 조기종영으로 시청자를 우롱하나"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마도 이번 결정으로 가장 충격을 받았을 연출자 김민식 PD도 사퇴의 변을 홈페이지에 밝혔다.

"이번만큼 기분이 참담한 적은 없어요. 나름대로 새로운 시간대에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주인공으로 승부를 내보려 한 건데…. 새로운 시도가 먹히지 않았군요. 연기자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조기 종영 소식을 전하는 PD의 입장은 참으로 민망하더군요. 주연 이성진군이 오히려 위로를 해주더군요.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었는데 결과가 안 좋은 걸 어떡하겠어요. 그냥 승복해야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잖아요'. 좋은 연기자들을 모아놓고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한 연출가의 한은 크게 남는군요." '조선에서…'의 마지막 6, 7회분은 12, 19일 방영된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