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 이 정도로 막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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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서둘러 마련한 부동산 대책은 말이 안정이지 작금의 부동산 이상 과열 현상을 다스리기에는 여전히 미흡함을 감출 수 없다. 한 마디로 공급자 편에 서서 일방적 건설경기 진작에 여전히 연연하고 그간에 논의되던 투기 진정 대책도 선택적으로만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의 이번 대책은 택지 공급·주택 금융 지원 확대와 함께 서울 전체를 일단 투기 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무주택자에게 중소형주택 분양 물량의 절반을 의무적으로 공급하며 분양권 전매도 현재 계약 직후 즉시 가능하던 것을 일정기간 중도금을 낸 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단 무주택자에게 주는 우선공급권을 부활한 것은 실수요자 위주, 가수요 차단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분양권 전매 요건 강화도 편법 거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진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약 배수제 등 청약과열 진정책이 빠짐으로써 이번 대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아파트 청약제도를 완화한 결과 청약예금의 1순위자는 현재 90여만명에서 3월 말이면 1백60만명을 넘고 상반기엔 3백만명에 육박하게 돼 있다. 어제 서울지역 2차 동시분양에서도 최고 1천여대 1의 높은 경쟁을 보였다. 다음달 동시 분양부터는 어떤 기현상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전국민을 부동산 불안 신드롬 속에 몰아넣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건교부는 또한 분양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뒷짐을 지고 있다. 1998년 2월 분양가 자율화 이후 서울 지역 아파트는 연평균 10%가 뛰었고 대형 아파트일수록 상승폭은 더 크다. 분양가 상승이 기존 아파트값을 자극하고 다시 분양가가 뛰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면 분양가의 투명한 산정 방안은 반드시 마련됐어야 한다.

부동산 시장 과열은 일단 벌어지면 고단위 처방 없이는 수습이 어렵다. 현재의 부동산 문제는 수급불균형보다 미흡한 상황인식과 안이한 대처 등 정책실패의 탓이 더 크다. 이번 대책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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