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합의추대론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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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4일 자신을 당의 대통령 후보로 합의 추대하려는 당 일각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총재단 회의에서 "경선이 모양만 갖추는 것으로 끝나선 안되며, 공정한 경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합의 추대론이 부적절하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李총재 합의 추대론이 나오는 것은 박근혜(朴槿惠)의원의 탈당 때문이다. "주요 경쟁자가 없어졌으니 경선이 필요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새로 바뀐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 합의 추대는 경선 출마자가 한 사람이거나 유력 후보를 제외한 다른 경쟁자들이 중도 사퇴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런데 아직 경선에 나설 후보자 등록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李총재에게 부담이다. 朴의원이 탈당하면서 지적한 '1인지배 정당' 주장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李총재의 관심사는 '모양새 좋은 민주 경선'이다. 그래야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박수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이부영(李富榮)부총재가 도전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들러리 경선' 얘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주류 중진인 김덕룡(金德龍)의원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는 탈당을 검토 중이다.

金의원이 당을 떠날 경우 합의 추대론은 다시 고개를 내밀 것이며, 李총재가 원하는 보기 좋은 경선은 사실상 무산될지도 모른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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