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는 후끈… 민심은 썰렁 : 與 울산 경선 D-5 현지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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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3일 오전 10시 울산시내 택시 안

"오는 10일에 치러지는 국민경선을 아십니까."(기자)

"그게 뭔교."(택시기사)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행사인데…."(기자)

"(손사래를 치며)민주당은 파이라예(별로없다). 그런기 열리는 걸 누가 압니꺼."

▶같은 날 오후 2시 시내 L호텔 커피숍

탁자 여기저기에 30~40대 남자들이 서너명씩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속닥이고 있다.

각 후보 캠프의 조직원들이 국민선거인단으로 뽑힌 사람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펴는 현장이다.

기자와 동행한 모 후보의 조직 관계자는 "국민선거인단 신청자를 확보하려고 전쟁이 벌어졌었고, 이제는 선거인단으로 뽑힌 사람들을 설득하는 제2차 전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 (9일)에 이어 오는 10일 국민경선이 치러지는 울산은 인구 1백여만명에 유권자가 68만여명이다. 당초 지난달 26일의 민주당 국민선거인단 공모에는 무려 8만5천명이 응모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유권자의 8분의1이 민주당 입당의사를 밝혔다는 뜻이다.

하지만 결국 중복 응모자 등이 탈락해 전체 유권자의 7.3%인 4만9천명이 응모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2000년 4·13 총선 때 민주당이 울산에서 9.6%밖에 얻지 못한 걸 고려하면 상당한 수확이다.

이에 대해 이규정(李圭正) 울산시지부장은 "선거인단 지원자가 많아야 3만명 정도로 예상했는데 뜻밖에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달라 보인다.

또 다른 후보의 조직 관계자는 "지역에서는 민주당 지지가 없는데 선거인단은 확보하려다 보니 조직과 자금 동원이 불가피했다"고 고백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캠프에선 조직 브로커들이 중간에서 자금을 가로채 문제가 됐다는 소문도 있다"면서 "바닥은 차고 위만 뜨거운 게 울산의 국민경선제"라고 말했다.

판세는 '다섯명 혼전'양상이다.

민주당 지역 관계자는 "이인제(李仁濟)·노무현(盧武鉉)후보가 약간 앞서고 김중권(金重權)·한화갑(韓和甲)·정동영(鄭東泳)후보가 바짝 추격하고 있어 대혼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울산은 지역 토박이가 20%에 불과하고 호남·강원 출신이 20%에 육박하는 등 외지인들이 많다"면서 "이런 인구 구성의 특수성도 특정 후보의 독주를 어렵게 한다"고 전했다.

이인제 후보측 조직책임자인 김운환(金?桓) 전 의원은 "박근혜 의원의 탈당으로 영남후보론이 흔들리고 있어 과반 득표를 목표로 한다"면서 "대의원 한명당 스무번 이상 접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측은 부산상고 동창회와 노조 간부 출신들이 최대 지원군이다. 盧후보측은 "20여년간 노동운동으로 다진 개미군단의 힘이 드러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중권 후보측은 경북향우회·가락종친회·조기축구회·교계 등에 확실한 표밭이 있다. 한화갑 후보측은 호남 인맥을 바탕으로 막판 뒤집기에 노력하고 있다.

젊은층과 여성표에 기대를 거는 정동영 후보의 부인 민혜경(閔惠敬)씨는 아예 울산에 살다시피하며 대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다.

김근태 후보는 근로자와 젊은층을 노리고 있고, 유종근(柳鍾根)후보는 3~4위권 진입이 목표다.

하지만 국민선거인단으로 뽑힌 7백25명 중 몇명이 10일의 국민 경선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울산=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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