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힘 내! 행복은 네 곁에 있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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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모리스 마테를링크 원작, 양혜정 글
최영란 그림, 꼬마하늘소, 192쪽, 1만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오늘밤 부잣집 아이들에게만 가실 거야. 엄마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러 갈 시간이 없으셨대.”

크리스마스라고 모든 아이들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 오누이가 그렇다. 이 가난한 나무꾼의 자식들은 창문 너머로 부잣집 아이들이 선물을 받는 모습을 바라만 봐야 한다. 그때 느닷없이 요술쟁이 할머니가 나타난다. 그리고 “병든 딸의 행복을 위해 파랑새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오누이는 엉겁결에 할머니가 준 마술 모자를 쓰고 모험의 세계로 떠난다. 이들은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행복의 궁전, 미래의 나라 등을 차례로 거치며 흥미진진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결국 파랑새는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를 근 100년간이나 사랑받게 만든 마지막 반전은 너무도 유명해 아마 대부분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오누이가 할머니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바로 자신의 집 새장 속에 있었던 것이다.

원작 『파랑새』는 6막12장으로 구성된 희곡이다. 1909년 모스크바에서 동화극으로 초연됐고, 2년 뒤 저자가 노벨 문학상을 받으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번역돼 읽히고 영화로도 수차례 제작되면서 이 작품은 세대를 뛰어 넘는 어린이 팬터지의 고전이 됐다. 또‘파랑새’란 단어는 곧 ‘희망’과 ‘행복’과 같은 의미로 전세계인의 가슴에 각인됐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어린이 팬터지가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상당수는 이 작품의 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파랑새』는 다른 팬터지처럼 세상을 비루한 현실과 신나는 환상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는다. 환상의 세계에서 등장한 인물들은 현실의 세계와 연결된다.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당신 곁에 ‘삐리삐리’우는 파랑새가 있다”고 말한다.

책은 희곡 원작을 국내 작가가 동화 형식으로 풀어 쓴 것이다. 장르를 바꿔 썼지만 “최대한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려 했다”는 게 글쓴이의 설명이다. 책을 읽어보지 못했거나 축약판으로만 접한 아이들, 그리고 아직 자기 곁의 파랑새를 찾지 못한 어른들도 다시 한번 읽어볼 만하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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