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블루칩 팔고 옐로칩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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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우선 지난해 10월부터 지난1월까지 3조4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던 이들은 2월 중 3천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동안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차익을 챙기기 위해 주식을 많이 내다 판 것이다.

지난해 9월 미국테러 사건 이후 4백68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는 지난달 28일 819까지 치솟았다.5개월 여만에 75%나 급등한 셈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시가총액이 많은 대형주를 파는 대신 중저가권의 옐로칩과 우량 중소형주를 사들이고 있다.

LG투자증권은 최근 "외국인 매수 종목은 실적·재무구조가 우량하고 성장성도 괜찮은 만큼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투자유망주를 발표했다.

<표 참조>

현대증권도 중소형 정보기술(IT)·디지털 테마종목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아 실적·주가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 참조>

◇왜 파나=1996년부터 2002년 1월까지 외국인 투자동향을 살펴보면 종합지수 500~800에서 모두 2백1억달러가 국내에 순유입됐다. 그러나 801~1,000에서 순유입된 자금은 1백33억달러에 그쳤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과거의 예를 보면 지수가 800을 넘어서면 외국인 매수세가 약화됐다"며 "최근 이들의 매도는 저가 이점이 줄어듦에 따라 차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CNN방송이 지난 1월 30일 현재 뮤추얼펀드 3개월 수익률 상위종목을 분석한 결과 한국관련 펀드가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중 6개나 차지했다. 당시 한국관련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46%였다.

현대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외국의 신흥시장 관련 펀드가 이미 한국 주식을 너무 많이 편입했기 때문에 더 사들이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옐로칩·중소형주는 산다"=외국인은 최근 전기전자·은행 업종 주식을 팔고 있다. 지난해 10~12월 전기전자업종 주식 1조4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난 1,2월엔 각각 4천3백억원,1천9백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매달 순매수했던 은행업종도 지난 2월 2천8백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반면 운수장비·유통·화학 업종은 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운수장비업종의 경우 지난 2월 1천9백억원어치 순매수했고, 유통업종도 순매수 규모가 느는 추세다.

외국인은 지난 1~2월 현대자동차를 1천1백20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등 제일제당(7백억원)·삼성물산(6백54억원)·대한항공(6백22억원) 등 옐로칩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우량 중소형주를 많이 사고 있다. 예컨대 보안장비 DVR 수출업체 코디콤은 외국인이 지난달 25일 이후 4일(거래일 기준)간 1백10만주를 순매수하자 주가가 56%나 급등했다. 이에 반해 올들어 코스닥5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6개 종목만 순매수했다.

골드먼삭스 서울지점 임태섭 이사는 "외국인은 현재 주식 투자종목 구성(포트폴리오)을 국가·부문별로 재조정하고 있다"며 "당분간 중소형주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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