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이슈] 간첩보다 더 무서운 산업스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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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산업스파이들의 입장에서 한국은 '보물창고'다.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차세대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외국 기업들은 한국의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물밑에서는 각국 정보기관이 맹렬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탈냉전과 함께 찾아온 정보화 시대에 산업기술은 국가의 운명과 직결될 수 있는 생존의 문제다. 그래서 각국은 정보 수집과 기술 유출 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국정원은 일부 국가가 서울의 대사관 등을 무대로 위성 감청기지를 활용해 전화.팩스, e-메일 등 각종 통신 감청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첨단기술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법의 골자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도 바뀌고 있다. 고영구 원장 체제의 국정원은 대공 분야와 산업보안을 업무의 두 축으로 설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2월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탈정치화'를 선언하면서 조직개편을 통해 산업보안 분야를 크게 보강했다. 당시 국정원은 "해외정부 및 외사 방첩 분야에 많은 인력을 투입해 새로운 정보 수요에 부응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아직은 대공업무가 중심이다. 대공수사는 국(局)단위의 조직에서 다룬다. 산업스파이 문제는 국 산하의 단(團) 규모로 움직이고 있다. 예산이나 인력도 대공수사 파트가 많다. 하지만 산업보안 쪽 업무가 확장되고 있으며, 활기를 띠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정보원은 1998년 이후 51건의 산업스파이 사건을 적발해 44조6000억원 상당의 국부유출을 막아내는 성과를 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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