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한국 등 14년 유랑 김용화씨'탈북자'인정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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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988년 이후 중국·베트남에서 7년간 유랑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밀입국. 그러나 한국 정부가 탈북자 지위를 인정치 않아 22차례 소송.강제추방 직전 일본 밀입국과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이뤄진 '1년 시한'의 한국 귀환.

탈북자냐, 중국 교포냐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김용화(金華·48·사진)씨 사건이 마침내 풀리게 됐다.

金씨가 북한 주민이었다는 사실이 입증돼 정부가 그에 대한 탈북자 자격부여 검토에 착수한 때문이다.

◇7년 만의 탈북자 지위 인정=정부 당국자는 1일 "중국 정부가 최근 외교경로를 통해 金씨가 중국 국적자가 아닌 북한 주민이란 점을 통보해 왔다"며 "곧 탈북자대책협의회를 열어 정착지원 등 보호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金씨 문제가 불거진 것은 95년 6월 0.5t짜리 쪽배를 이용해 충남 태안반도로 밀입국한 뒤 우리 관계당국에 귀순을 요청하면서부터. 88년 탈북해 중국으로 간 金씨는 밀항을 위해 베트남으로 갔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중국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탈북자로 취급받지 못했다. 북한인임을 입증하는 신분증과 사진 등을 모두 없애고 중국 체류 중 돈을 주고 위조했던 중국 랴오닝(寧)성 '거민증'만 소지하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소송과 탄원이 이어졌지만 소용없었다.

관계당국은 "중국측에 조회한 결과 중국 공안부에서 金씨가 중국 국민임을 확인하는 회신을 해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강제추방 위기에 몰린 그는 98년 4월 일본으로 밀항했으나 일본 당국은 난민법 위반으로 나가사키(長崎)현의 오무라(大村)수용소에 수감했다.

그러나 金씨는 "조국인 한국으로 다시 가고 싶다"며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측은 중국 강제송환이란 입장을 바꿔 지난해 2월 한국으로의 도항서(渡航書)를 내주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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