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누드 촬영 하던 여성 모델 봉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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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허난(河南)성에서 행위예술을 하던 여자 누드모델을 동네 주민들이 풍기문란을 이유로 내쫓는 사건이 발생했다. 허난성 신미(新密)시 신선동삼림공원(神仙洞森林公園)에서 나체로 사진을 촬영 중이던 모델(女, 20살, 대학생)이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나타난 주민들에게 내쫓겼다고 허난상보(河南商報)가 10일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중국 문화계에 일고 있는 ‘고상함과 저속함’ 논쟁의 일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아속(雅俗)논쟁은 커피를 마시는 것은 고상하고, 마늘을 먹으면 저속하며, 인체 촬영은 고상하고, 부부가 누드사진을 찍으면 저속한 것이냐는 식으로 전개된다.
허난성의 누드모델 소동도 좋은 예다.

◇나체여성 보려 관광객, 주민 몰려=나체로 사진 촬영 중인 모델을 본 한 주민은 황급히 마을로 내려와 이를 동네 주민들에게 알렸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촬영장소로 몰려와 나체여성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를 보고 수치심을 느낀 모델이 갑자기 “그만 촬영하겠다”며 포즈 취하기를 거부했다.

사진 작가는 주민들에게 “돌아가 달라”고 양해를 구했지만 동네 주민들은 더욱 더 몰려들었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모델의 모습에 그곳을 찾은 관광객들 역시 카메라를 들고 연신 이 장면을 찍기 시작했다. 일부 남자 주민들은 나무 뒤에 숨어 모델의 연기에 갈채를 보냈다. 누드 모델을 향해 욕설을 하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얼마 후 한 손에 나뭇가지를 집어들은 60대 노인 몇 명이 촬영장소에 나타났다. 무리 가운데 앞장서던 선궈시엔(申國現)씨는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모델에게 휘두르며 “다른 곳에서는 찍어도 좋지만 우리 마을에서 이런 망측스런 모습은 찍을 수 없다“며 ”여기서 찍으려면 마을 주민 300명의 동의를 받아오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그는 “예술행위랍시고 이게 무슨 저속한 짓”이냐며 화를 냈다.

◇사진작가 “행위예술은 일종의 품격있는 예술”=정저우(鄭州)에서 온 사진작가 왕씨는 “이번 사건은 행위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박한 시골 주민들이 벌인 소동”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또 다른 작가 마씨는 “인체예술은 일종의 고아한 예술로 대자연 속에서 촬영할 때 높은 수준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항변했다.

◇누드모델 “나는 구경거리가 아니다”=주민들에게 수모를 당한 모델 장(張)씨는 누드모델 경력 3년차인 스무살의 대학생으로 밝혀졌다. 그녀는 “나는 촬영을 위해 온 것이지 구경거리로 온 것이 아니다”라며 주민들의 반응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선시엔동삼림공원 책임자인 우광웨이(吳廣偉)씨는 “사진 작가들과 모델들 모두 정상적으로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온 것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도 난처함을 숨기지 못했다.

◇관광객들 “내 딸이 저런다면 절대 반대할 것”=이 해프닝을 지켜본 관광객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뤄양(洛陽)에서 온 관광객 이씨는 “이는 아름다움 예술”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민망함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모델 앞을 황급히 지나간 정저우(鄭州)의 장 여사는 “시대가 변해 이런 예술도 보게 됐다”며 “하지만 만일 내 딸이 저런 일을 한다면 절대 반대”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마 여사 역시 “아무리 예술적 행위라고 하더라도 여자로서 자신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며 여성 모델을 질타했다.

이날 항의에 앞장선 노인 선씨는 2008년 관광지에서 행위예술 모델 촬영대회가 열렸을 당시에도 일부 남성 주민들이 누드모델을 쫓아 다니는 바람에 가정불화까지 이어진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적은 인구가 모여 사는 작은 시골 마을의 특성상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선우경선 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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