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스스로 ‘기소 독점’ 깬다 … 기소 여부는 시민이 최종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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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검사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할 수 있는 미국식 대배심(Grand Jury)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배심은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려는 검찰의 방침이 타당한지를 심의한 뒤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제도다. 검찰이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던 기소권을 스스로 완화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정부 차원의 검찰 개혁 작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대배심제 도입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안을 11일 발표한다.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인 대배심 제도는 법원이 선정한 12~23명의 배심원단이 검찰의 수사 결과 등을 심의해 다수결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경우 그 정당성을 판단해 기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해당 피의자를 직접 재판에 넘길 수 있다. ‘검찰만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기소독점주의로 인해 검찰의 힘이 비대해졌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검찰은 대배심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기소독점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등의 개정을 법무부에 건의키로 했다.

중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범죄 피의자가 적용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금고형 이상의 처벌이 가능한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일부 검사들은 대배심 제도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지만 국민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개혁안을 내놓기 위해 극약 처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 주요 간부들은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 김준규 총장 주재로 밤늦게까지 모여 검찰 개혁안의 핵심인 대배심제 관련 세부 내용을 놓고 토의했다.

검찰은 인사 제도를 손질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장급 이상은 현재대로 유지하되 부장검사급 이하에 대해선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추천한 내용대로 일선 검찰청에 배치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각 검찰청 내부에서의 보직 결정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지검장이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부장검사는 물론 일부 평검사의 보직까지 법무부가 결정했다. 그 때문에 “좋은 보직을 차지하기 위해 정치권 등에 인사 로비와 줄대기를 하고, 이로 인해 원칙 없는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외부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검찰의 ‘패거리 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사를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9일 진상규명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대검 감찰부장을 외부 공모제로 뽑고 감찰부에 독립적인 기능을 주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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