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동당 입당설, 진실 밝히고 매듭지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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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북한 노동당 입당설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갈수록 가관이다. 여당은 민.형사상의 책임 추궁과 함께 색깔론을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한나라당은 이 의원의 사상 성향에 의문을 표시하며 공천 과정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의원이 비록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를 이유로 그를 또다시 단죄하려 해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그가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고 이미 형을 복역한 데다 사면 복권된 뒤 지난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 의원들이 판결문 등 최소한의 확인 과정도 없이 "이 의원이 노동당에 입당해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경솔했다. 뒤늦게 '암약'이란 표현에 과장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번 파문에 대처하는 여당의 태도 역시 당당하지 못하다. 이 의원의 항소심 판결문을 공개하면서 판결 주문 가운데 '압수된 조선노동당기와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를 피고인으로부터 몰수한다'고 적힌 2쪽을 "소실됐다"는 이유로 빼놓았다. 그러다가 기자들의 추궁에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이 의원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감추려다가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킨 것이 아닌가.

판결문에 따르면 이 의원은 1992년 4월 '민족해방애국전선'에 가입하면서 노동당기와 김일성 부자 초상화 밑에서 충성을 맹세했다. 이때 사용한 노동당기 등을 접어 플라스틱 반찬통 속에 넣은 뒤 농기구 보관창고에 숨겼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의원은 가입식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의원이 판결문에 나타난 사실조차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의문이 남는다.

이번 공방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되지 않기 위해선 조속히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 이 의원 스스로도 사실을 있는 대로 밝히는 게 그를 뽑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