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한번 더 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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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가 10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상공 위로 긴 궤적을 그리며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것은 센터 내 모형로켓이다. 캐논 5D Mark2 카메라로 ASA 50, ND필터를 사용해 촬영했다. 노출시간은 30초. [고흥=김형수 기자]

나로호를 우주 상공에 올리는 꿈은 무산된 것인가. 아니다. 1단 로켓과 각종 발사기술을 제공한 러시아와의 계약상 러시아는 발사체 1단 한 기를 더 제공하기로 돼 있다. 두 번 발사는 기본이고 이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추가로 한 번 더 발사체 1단을 제공하게 돼 있다. 나로호의 경우 두 번 모두 실패했으니 당연히 한 기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나머지 한 기가 계약대로 도입된다면 제작 기간을 감안할 때 내년 중 세 번째 발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발사가 실패할 경우 러시아는 더 이상 어떤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8월 1차 발사 실패 때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1단 로켓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소 논란이 일었다. 책임 소재가 한국이 제작한 2단 로켓의 페어링에 있어 한 기를 추가로 줄 필요가 없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러시아 측에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발사에 관한 전반적인 책임을 지기로 계약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한 기를 더 제공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1단 로켓이 공중 폭발했기 때문에 1차 때보다 러시아 쪽에서 할 말이 적게 됐다. 1단 로켓은 100% 러시아가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폭발의 원인이 1단 로켓 결함으로 판명 날 경우 전적으로 러시아 측 책임이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번에 피해가 막심했다. 200여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밤을 낮 삼아 어렵게 개발한 로켓 2단의 성능을 시험 한 번 해보지 못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우주 공간에서 그 기능을 시험해 봤어야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나설 때 시행착오를 덜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나로호를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선진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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