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아파트도 떴다방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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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조합주택에도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자)등 투기세력이 몰려들고 있어 선착순 분양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떴다방들은 조합원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빌려 분양신청을 한 뒤 웃돈을 붙여 되팔고 있어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줄만 먼저 서면 당첨되는 선착순 분양방식 때문에 가수요가 몰려드는 것"이라며 "일반인들도 동·호수 추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줄서기로 난장판 된 현장=지난 22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선보인 한화 꿈에그린 조합원 모집 현장에서는 청약 대기자들간의 몸싸움으로 견본주택 계단과 집기가 부서지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는 분양시작 3일 전부터 수십명이 견본주택 밖에 줄을 서고, 떴다방이 만든 번호표를 나눠갖는 등 과열 조짐을 보였다.

이어 22일 오전 견본주택의 문을 열자마자 1천여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수라장이 됐다. 이날 소란은 떴다방이 고용한 아르바이트생들이 앞줄을 대거 차지하면서 빚어졌다. 이에 국세청은 25일 해당 주택조합에 투기대책반을 전격 투입했다.

지난달 16일 조합원을 모집한 경기도 안산시 건건동 대림조합아파트도 견본주택을 연 지 30여분 만에 물량이 동났다.

회사측은 줄서기의 폐해를 막기 위해 '계약금 통장입금 선착순'으로 바꿨으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견본주택 현장에서 소란은 없었으나 전체 1천여가구 중 30% 정도를 떴다방이 거둬간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

이곳은 33평형이 1억8백만원에 분양됐으나 조합원 모집이 끝나자 마자 1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또 지난달 29일 조합원을 모집한 용인 동문수지주택조합도 모집 전날부터 떴다방 등이 앞자리를 선점했으며, 10여개의 떴다방이 견본주택 주변에서 천막을 치고 거래하기도 했다.

◇주택업체도 과열에 한몫?=주택업체들은 떴다방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공개추첨 대신 선착순 모집을 고집하고 있다.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팔기 위해 분양 열기를 끌어 올리는 데는 선착순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특히 일반분양 대신 조합주택 사업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사업추진이 빠르고 초기부담이 적어서다.

일반분양 아파트사업은 땅을 산 뒤 사업승인을 받으려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 걸리고, 택지지구는 3년 이상 기다리기도 한다.

반면 조합주택은 땅에 별 문제가 없으면 사업승인을 빨리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땅값을 조합원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사업자의 초기자금 부담이 적다.

그러나 선착순 분양을 고집할 경우 실수요자보다는 떴다방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투기수요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모집방식을 '공개청약 후 추첨'으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종수·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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