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국가 과제 <6> 철길을 살리자 (下) : 전문가들 "지금이 감원 없는 민영화 適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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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세기 증기기관차 시대의 국영철도 방식은 21세기 첨단 고속철도 시대에 부적합하다."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들고 나온 데는 이런 절박함이 담겨 있다. 정부의 구상은 하드웨어인 철도를 건설·소유하는 일은 국가가 계속 맡되, 소프트웨어격인 열차운행 등은 공기업에 맡겼다가 점차 민영화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런 구상은 노조 반발에 부닥쳐 공청회 한번 못 여는 등 진척이 없다.

노조는 민영화가 되면 요금 인상과 적자노선 폐지,안전사고 증가 등으로 '국민의 발'역할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대량 해고를 부를 것이란 우려도 한다.

정부·노조가 이처럼 벼랑 끝 대치를 하고 있는데도 이런 갈등을 풀어줘야 할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관련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여지껏 낮잠을 자고 있다.

서울대 전경수 교수는 "이 법안은 국회가 진지하게 검토한 끝에 '보류'된 게 아니라 선거때 표를 의식해 '기피' 당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내일이라도 여야 합동 공청회와 국회를 열어 결론을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기술연구원 양근율 박사는 "철도에 대한 투자 소홀이 문제라는 노조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며 "그러나 철도개혁은 철도청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섰다.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한편 투자도 확 늘려야 철길이 산다"고 말했다.

특히 '민영화→대량해고'우려에 대해 梁박사는 "2004년 개통될 고속철 준비·운영요원 2천명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철도 구조개혁으로 남는 인원은 재교육을 거쳐 고속철도 담당자로 흡수할 수 있어 오히려 지금이 감원 없이 구조개혁을 할 수 있는 적기(適期)"라고 지적했다.

음성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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