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 풀린 軍 총까지 뺏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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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건(辛建)국정원장이 나온 26일 국회 정보위에선 최근 발생한 수도방위사령부 예하부대의 총기 탈취사건과 탈북 귀순자 유태준(劉泰俊)씨의 행적 등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

이날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그밖에도 이석희(李碩熙)전 국세청 차장 체포에 대한 국정원 개입설, 황장엽(黃長燁)씨 망명 관련 메모, 이종찬(李鍾贊)전 국정원장의 윤태식 게이트 개입 여부 등 현안을 두루 거론하며 대여 공세를 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주요 현안들에 대해 거의 발언하지 않아 대조됐다.

총기사건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간첩 의혹이 있는데도 대간첩작전을 벌이지 않고 간첩 혐의가 없다고 서둘러 발표한 것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것"(姜昌成의원)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김기춘(金淇春)의원은 "군 경계근무의 허점과 기강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 지적했고, 정형근(鄭亨根)의원은 "K-2 소총을 지니고 있고 등산화를 신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민간인이라기보다 무장간첩이거나 게릴라일 가능성이 큰데도 서둘러 간첩 혐의가 없다고 발표한 이유가 뭐냐"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劉씨의 탈북-재입북-재탈북 행적과 관련, 한나라당 의원들은 "위장 귀순 혐의가 있다" "정부의 탈북자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며 劉씨에 대한 철저 수사를 촉구했다.

"햇볕정책이 김정일(金正日)정권으로 하여금 대량 살상무기의 생산과 수출, 군사력 증강을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든 측면이 있다"며 "4년간의 햇볕정책은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민주당 문희상(文喜相)의원은 "劉씨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사실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인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면서 "근거없이 劉씨의 처형설 등을 주장한 야당도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정형근 의원은 "최근 일부 민주당 실세들이 6월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를 퍼뜨리고 있고, 김정일 역시 '답방 약속은 지킨다'고 호언하고 있다"며 6·15를 기점으로 한 김정일의 답방 가능성을 물었다.

의원들은 또 국정원 직원들의 각종 게이트 연루 의혹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의원 등은 "보물선 발굴 사업과 관련, 이형택(李亨澤)씨가 국정원 국방보좌관에게 로비를 벌인 의혹이 있고, 국정원 경제단 소속 김규현씨의 수뢰 규모가 50억원에 이르는 등 국정원 직원들이 각종 게이트에 연루됐다"며 "국정원 내 비호세력이 누구냐"고 물었다.

이날 정보위는 테러방지법안을 놓고 여야간 논란 끝에 한차례 정회하는 등 진통을 거듭하다 현안 질의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다음달 11, 12일 다시 심의키로 하고 산회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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