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세워서는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철도·발전·가스 등 3개 공공부문 노조가 어제 아침부터 파업에 들어감으로써 수도권 일대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큰 불편을 겪는가 하면 산업의 동맥인 철도수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국민의 발을 담보로 하고 산업물동량의 수송을 가로막는 철도노조 파업은 그 어떤 주장에도 불구하고 즉각 중단돼야 한다. 이번 파업은 절차상의 합법성을 상실하고 있고 노조와의 협의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을 투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노조는 파업을 시작하면서 민영화 철회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는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언했으며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난해 말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더구나 산업발전노조의 경우 24일 중재 회부가 결정돼 이후 15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 상태다.

노조측이 결사 반대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는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만성적자 때문에 추진된 국책 현안이다. 누적부채만도 1조5천억원에 이른다.철도 민영화는 세계적인 추세면서 민영화 이외엔 철도사업을 살릴 다른 길이 없음을 모두가 인정하는 터다. 철도 민영화가 경영합리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있다면 노사협상도 이런 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인력 충원이 불가피한 3조2교대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임금 삭감을 주장하다 공사화라는 단계적 유보안을 제시하는 등 정부 입장도 왔다갔다 하고 있고 민영화 입법화를 서둘러야 할 국회마저 이를 외면한 채 눈치만 보고 있다. 노조를 달래려는 미봉책으론 철도 민영화는 영원히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게이트로 나라 안이 어수선하고 대통령 임기 말 권력 누수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시민생활과 산업체의 발을 묶는 연대파업을 계속한다면 이런 파업은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달리는 기차를 세워서는 안된다. 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은 조속히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