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없인 못살아~ 양천구 여성축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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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은 한국과 그리스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경기가 열리는 날이다. 그렇다면,26일은? 양천구 여성축구단의 서울시장기 대회가 있는 날이다. 창단 3년째인 양천구 여성축구단은 지난해 11월 열린 서울시연합회장기에서 3위를 차지했다.

“패스해, 패스! 축구의 생명은 패스야!”

지난달 28일 오전 해누리체육공원(양천구 신정동). 민병국(51) 감독의 지시에 따라 10명의 선수들이 녹색의 인조 축구장을 누빈다. 이날 중점적으로 다룬 기술은 패스. 상대에게 공을 정확하게 주는 방법뿐 아니라 공을 제대로 받는 법을 익히는 훈련이다. 민 감독은 “정확한 패스를 위해선 공을 주고 받는 전후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1시간가량 체력운동과 기본기를 다지고 나면 나머지 1시간은 미니 게임을 한다. 이것 역시 패스 기술을 향상시키는 게 목적이다.

따가운 햇볕에 선수들의 얼굴은 까맣게 타고, 몸싸움은 남자 못지않게 과격하다. 흔히 축구는 여자가 즐길 운동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축구단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견디지 못하고 그만둔 선수도 적지 않다. 현재 단원은 22명. 4년차 선수들이지만 마음만은 국가대표선수다.

이들은 “축구는 힘이 들긴 해도 체력과 기술이 다듬어질수록 흥미로운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다보면 몸에 근력이 생기고 흐트러졌던 몸매도 다듬어진다. 주장인 김선옥(38)씨는 “감기 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다들 건강하다”고 전했다.

공식적인 훈련은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10시부터 낮 12시까지다. 제일은행 실업팀 선수 출신인 민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즐기면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대부분 30~40대 주부여서 모이는 시간도 제각각”이라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오기도하고 가게 일을 하다 짬을 내 참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훈련이 끝나기 30분 전에 부리나케 달려오는 선수도 있다. 잠깐이라도 뛰기 위해 찾아오는 선수들이 민 감독으로선 고마울 뿐이다.

훈련 중에도 선수들 사이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는 팀워크로 이어졌다. 그만큼 실력도 늘었다. 민 감독은 “서울시 25개 구 축구단이 참가한 대회에서 창단 3년만에 3위를 차지했으니 대단한 성과”라고 자랑했다. “무엇보다 우리 팀의 강점은 선수들이 열심히 뛴다는 거예요. 만나서 웃고 즐기며 신나게 뛰다보면 자연히 실력도 늘게 됩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운동 삼아 시작했지만 이젠 축구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됐다. 집에서도 드라마 대신 축구 경기를 챙겨 본다. 축구 용어도 빠삭하다. 월드컵 평가전에 대한 분석도 제법이다. “4백(back) 수비인데, 수비가 자리를 잘못 잡았다” 등 전문적인 얘기가 오간다. 민 감독은 “처음엔 공중으로 날아온 볼을 손으로 잡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머리가 아프다면서도 헤딩을 해낸다”며 선수들을 자랑스러워 했다.

축구에 관해서라면 집념도 강하다. “경기를 앞두고 인원 초과로 1명이 제외된 적이 있었죠. 항의가 거세 진땀을 뺐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그 선수에게 민 감독은 “더 열심히 해달라. 그러면 다음엔 뛸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축구단의 올해 목표는 지난해 서울시연합 회장기에서 패배를 안겨준 ‘송파 축구단’을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워크의 유지다. 골키퍼 이지숙(37)씨는 “우승도 중요하지만 화목한 팀 분위기가 퇴색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첫 경기가 있던 날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는 선수들은 “마음은 비우고 가볍게,즐겁게 우승을 향해 가겠다”는 포부를 다졌다. 축구단은 양천구에 거주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사진설명]만나서 웃고 즐기고 뛰어다니느라 축구가 힘든 줄 모른다는 양천구 여성축구단 선수들. 서울시장기대회를 한달 여 앞두고 맹연습 중이다.

▶문의=02-2648-7330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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